▲ 양양 하조대와 백년송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강원도 양양 하조대는 해안의 기암절벽과 우뚝 솟은 노송이 어우러져 멋진 경승을 이루는 곳으로,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잠시 은거하였다 하여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하조대’라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조대는 정자와 등대 두 방향으로 나뉘어 지는데, 잠깐의 망설임 끝에 등대 쪽으로 먼저 향했다. 해안의 기암절벽 사이에 놓여진 다리를 따라 소나무와 바다가 어우러져 선사하는 멋진 경치에 흠뻑 취해 등대에 도착하니, 탁 트인 바다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상쾌함과 절벽에서 피어난 붉은 해당화가 나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했다.

등대 쪽에서 바라본 정자는 소나무로 둘러싸여져 아늑한 요새 같은 느낌이고, 정자가 위치한 절벽 앞의 또 다른 절벽의 멋스러운 소나무는 그 요새를 지키는 장군 같았다. 걸음을 서둘러 소나무와 철쭉이 만들어주는 예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하조대’라는 현판이 걸린 멋진 정자와 그 정자를 둘러싼 소나무들이 나를 반긴다.

특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정자 앞의 기암절벽에 자리 잡은 멋진 소나무 한 그루였다. 모진 바닷바람과 싸우면서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학처럼 고고하고 준수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넋 놓고 보고 있는데, 한 신사분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양양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하조대’라고 불리게 된 유래가 신라 때 견원지간이던 지방호족인 하씨 문중의 하랑 총각과 조씨 집안 처녀 조당의 비극적인 사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하랑과 조단은 남몰래 사랑을 나누던 사이였지만,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해안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고, 그 자리에 소나무가 한 그루 자랐는데 그 나무가 바로 저 ‘백년송’이라는 것이다. 위풍당당해 보이는 소나무에 담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같은 아름다운 사연을 들으니, 소나무의 그 모습에 더욱 반하게 되었다.

하조대에서 보는 일출은 ‘백년송’과 바다, 떠오르는 태양이 어우러져 장관이라 한다. 가족들과 함께 하조대를 찾아 백년송과 함께 일출을 볼 것을 기약해 본다.

김신정·양양국유림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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