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횡성주재 취재부장
싸늘한 6월입니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라는 명제 앞에 지방은 또 한번 좌절하고 수렁에 빠집니다.

광화문 앞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유모차 부대는 ‘평화 시위’의 상징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지만 지방 국민은 촛불을 들 힘조차 없는 듯합니다.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 주인은 제 이름을 찾지 못한 채 ‘2MB’라는 조롱 섞인 이름으로 불리는 기막힌 현실.

어떤 40대 가장은 2MB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모든 가족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바깥에서 밥 먹는 일 없다. 지출을 줄여라. 앞으로 5년 뒤 우리 가족이 현재의 상황이라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씀씀이를 줄이고 아껴야 한다”라고 말이지요.

국민의 31%가 선택한 ‘경제 대통령’이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 가장의 ‘선견지명’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 가장은 씀씀이를 줄여 조금의 돈이라도 모았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치솟는 기름값과 생활비 때문에 불화만 더 커졌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모으려고 했던 비상금은 기름 값으로 날아가고 지갑 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졌을 테니까요. 그 가장은 지방 소도시 국민입니다.

6월이 춥습니다. ‘덥다. 더워!’라고 말해야 할 계절에 마음이 춥고 몸이 춥습니다. 희망이 넘실대는 세상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희망의 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춥습니다. 말로 망한(?) 전 정권의 끝자락에서 겨우 탈출한 지방 소도시 국민은 새로 탄생한 2MB 정권의 말 폭풍에 이젠 여밀 옷깃조차 잃어버렸습니다. 밭 갈고 소 키우며 속은 듯 또 속으며 살았던 이 땅의 농민들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들에게 고소영, 강부자, S라인은 딴 세상 사람들이지요. 영어 몰입 교육은 또 어찌된 영문입니까.

그런 국민들에게 2MB는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 발 편지 한통을 보냈습니다.

“국민 여러분, 값싼 미국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라구요. 수신인은 대한민국 서울공화국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 국민들까지 포함됐습니다. 농민들의 유일한 밑천인 소 값은 그 편지로 똥값이 되어 버렸지요.

그러더니 이제는 수돗물에 의료비까지 경제논리로 풀겠다고 합니다.

서울공화국 국민들의 원성을 다독이기 위해 수도권 규제도 풀겠다고 합니다. 지방 국민들이 목숨처럼 부여잡았던 ‘지역 균형발전’은 효율성과 경제논리에 잡아먹힌 듯 합니다.

소도시 국민들은 ‘신자유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요.

그러나 그들도 2MB 정권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윤곽을 잡은듯합니다. 본능적인 직감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 6월이 춥고 무섭습니다.

한 가지만 더. 지방 소도시 공무원들은 요즘 무얼 하고 있을까요?

2MB 정권의 ‘짜른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밥값할 겨를도 없습니다. 그들도 소도시 국민이기에 처자식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지요. 기댈 곳 없는 소도시 국민들은 그래서 또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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