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년전 새로운 새천년이 시작되면 개인·직장 생활 뿐만아닌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면에서 천지가 개벽(?)하듯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떠들썩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낡은 20세기의 구태적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오른 21세기의 정치 패러다임을 마련하겠노라고 신년사의 冒頭를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희망에 찬 새천년의 시작이 채 1년도 가시기전에 ‘우리에게 처해진 현실은 어떠한가?’라고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새천년에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여·야 정치인들은 상호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가발전을 위한 역할은 사라져버리고 모든 정치현안과 민생문제가 Zero-sum game을 하듯 한치의 양보없이 서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는 곤두박질을 계속하여 과거 IMF시절보다 더 많은 실업률을 갱신하고 있으니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현대국가에서 정치는 행정과 경제 등 모든 분야에 최우선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모든 분야에 우선하여 정치가 올바르게 제역할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수검표에 의한 개표를 둘러싸고 드라마처럼 뒤집히는 각급 주법원과 연방대법원의 판결들과 고어의 최종승복 그리고 그 혼란의 와중에서도 양편의 광적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는 사실에서 미국 국민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숭고함을 다시금 생각케 했다.

물론 고어가 최고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한 것은 그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다.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법부를 비판하면서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믿는 국민이 8할이나 된다는 여론조사를 볼 때 결국은 국민이 불복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살펴보건데 미국의 선거과정도 1980년대까지 상대방의 약점과 인신공격을 위한 소위 ‘네거티브 캠페인’에 의한 선거운동이 극심하였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부정적인 선거운동 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심한 경우 선거를 외면하여 이는 결국 낮은 투표율을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유권자들의 이러한 의식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정치인은 나름대로 성숙한 정치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이것이 우리의 정치권과의 커다란 차이이며 또한 구태정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유인 것 같다.

새로운 한해의 봄이 시작됐다.

이제 유권자와 정치인 모두가 변해야만 한다.

유권자는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과 앞으로 실시되는 각종 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자의 역할을 하여야 하며 또한 정치인도 당리당략을 위한 泥田鬪狗하는 모습을 버리고 진정한 국민의 쓴소리에 귀를 기우려 올바른 정치와 함께 신명나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박승태<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