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란 어머님의 자애로움이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훈훈한 곳이라 생각이다.

내가 태어난 고장은 황해도 연백군 은천면 영천리 백천(白川)읍내다. 백천 온천은 한반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섭씨 90℃ 이상의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으로 일제시대부터 서울 총독부 일본 고관들의 단골 휴양지였다.

이곳 온천장에는 백천호텔과 천일각이란 이름의 대형 호텔 2동과 그 주변 일대의 크고 작은 규모의 여관, 상가로 잘 정돈되어 있다.

일본 고관들의 출입이 빈번했던 곳으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미모의 기생들이 많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천읍은 금과 구리를 생산, 연마하는 제련소가 있어서 한층 명성이 나 있던 곳이다. 이름 그대로 황해도 연백 평야지역권으로 쌀 많이 나는 곡창지대가 아닌가.

또한 백천읍은 남쪽으로 향한 치악산이 포근히 가슴으로 안고 있는 듯한 형상에다 치악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옥수같은 물은 일단 기운점이란 유원지를 경유, 백천읍내 한 가운데로 흘러서 예성강으로 내려가는 실상은 사나이들의 시 한수가 절로 나오는 풍류를 구가할만한 고장으로도 유명한 내고향이기도 하다.

6.25전쟁 휴전당시 38선을 경계로 남쪽 이남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함에도 연백곡창지대는 이북으로 강원도일대 오지 산악지역은 남쪽으로 가르는 바람에 38선 이남에 살고 있던 내고향 백천을 잃게 된것이 한없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이같이 좋은 고장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가 중학교 6학년때 6.25전쟁으로 피난길에 경북대구에서 학도병으로 징발됐다.

방위군사관학교 단기과정을 이수, 방위군소위로 입관, 경남 진영국민학교내 가칭 제 57교육대에서 소대장 근무를 하다가 방위군의 해체에 따라 다시 육군으로 재편되면서 약 30여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가 1982년 정년퇴직 후 춘천에 터전을 마련했다.

춘천은 두 아들을 낳고 기른곳으로 나의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춘천을 살기좋은 정든 고장으로 이제는 강원도사람이라며 후덕한 인심의 고장에서 강원인의 많은 은혜와 신세를 잊지 않고 열심히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살아갈 것이다.

그리운 내가 태어난 고향 백천을 언제나 가보려나 아득한 마음, 나이와 더불어 시름만 깊어 간다.

<鄭천각·이북도민회 강원도연합회 황해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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