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부국장
동해의 푸른 바다를 끼고 북으로 내달리는 국도 7호선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양양군 양양읍 청곡리 마을 앞 국도 7호선 옆에 세워져 있는 교통 표지판에 숨어있다. ‘아시안 하이웨이, AH 6, 한국~러시아(하산)~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모스크바)’. 유엔 산하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 ESCAP)는 지난 2006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총회를 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등 26개 회원국의 서명을 받아 ‘아시안 하이웨이’를 선보였다. 아시안 하이웨이는 32개국, 55개 노선, 14만 ㎞를 잇는 6번 노선(부산~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고성~원산~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상트 페테르부르크)과 1번 노선(일본 도쿄~부산~서울~평양~중국 베이징~베트남 호치민~인도 뉴델리~이란 테헤란~터키 이스탄불~불가리아)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 노선인 국도 7호선은 러시아의 모스크바로 연결되며 구 소련시절 레닌 그라드로 잘 알려진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이어진다. 이념과 종교 그리고 인종을 넘어 인류가 하나로 만나는 환상의 도로이자 꿈의 실크로드다.

미완의 21세기 실크로드인 아시안 하이웨이가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꿈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지는 모두 아시안 하이웨이의 주요 경유지인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또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손꼽히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한국공급 배관망의 출발지 역시 아시안 하이웨이의 경유지인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다.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오는 2010년 최종 계약과 배관 공사를 마치고 오는 2015년부터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국내에 공급할 경우, 한국-러시아-북한의 3각 경제협력도 가시화되고 아시안 하이웨이 역시 한층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도민들의 희망대로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산 가스 배관이 북강원의 원산을 지나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동해를 지나 오는 2019년쯤 위용을 드러내는 삼척의 제 4 LNG 생산기지와 연결된다면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1998년 6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소떼 방북, 금강산 관광, 동해 북부선 철도 운행에 이어 추진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국내 도입은 자원확보라는 1차적인 의미와 함께 배관망의 북한경유를 계기로 남북 교류 확대와 남북 통일이라는 성과도 잉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그동안 계획으로만 남아있던 우리나라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국종단철도(TKR)를 잇는 작업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현지 언론기관인 이타르타스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북한, 러시아를 연결하는 횡단철도사업은 러시아와 한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계기가 되고,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북한의 인력을 합치면 3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의 현지 언론과 국민들은 한국 알리기와 배우기에 바쁘다. 연일 한국관련 보도를 대서 특필하고, 한국요리 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후 4강 외교의 결정판으로 마무리된 한-러 정상회담은 꿈의 도로인 아시안 하이웨이와 환상의 철도인 한반도-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구체화하는 전기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 시베리아산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은 도민과 삼척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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