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희정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
가을하늘은 높고, 청정강원, 관광 일번지를 지향하는 강원도 전역에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붉은 단풍에 상기된 얼굴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그들을 맞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봉사를 위해 수고하는 여성단체 회원들이 분주하다. ○○여성회, ○○여성모임 등 지역에 여성들은 많은데 그러나 지역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일을 하는 주체로서의 사람이 늘 부족했다. 지역여성운동의 저변이 취약함을 인정하며 눈높이를 맞추어 맡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여성들을 사회화시키고 전문성을 채우고 조직화하여 일을 하는 단위로 만들고 이러한 여성단위들이 자기 영역에서 역할들을 수행해 내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느껴왔다.

지역여성단체 중심의 여성운동의 활성화를 통해서만이 여성정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감히 현재 여성단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문제 해결을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여협의 구조로 대표되고 있는 지역여성단체는 자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다원적 사회로서 다양한 여성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여성단체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각 여성단체는 단지 여성이 구성원이라는 것만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단체의 목적의식과 활동을 분명히 하고 자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여성단체들은 단체의 활동목표와 사업내용을 분명히 하고 단체의 목적별로 특색있는 활동을 추진해 나가야 하며, 둘째, 여성단체는 단순한 친목 도모나 봉사활동뿐 아니라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과 활동에까지 그 관심을 확대시켜야 한다. 셋째, 지역에 뿌리내리는 지역여성단체가 되자면 지도력 확보, 재정적 자립확보, 정책 수행능력을 포함한 전문인력 양성 등 지역여성단체의 조직강화가 필요하다.

지역여성단체들이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로 활성화되기 위하여 개별단위의 여성단체들은 각자의 자기 목적사업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지원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지역의 여성계는 보수적인 지역여성단체들이 서로 유사한 봉사단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차원에서의 지원을 받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조직 역할을 맡는 단체들도 있었다고 본다.

여성단체들의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단체 자체의 역량강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지역내 여러 가지 역할을 헌신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업무수행능력을 갖추지 못한 여성단체들이 많은데 각자 자기 세력화를 꾀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진보, 보수를 묻지 말고 여성연대활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

강원지역 여성단체들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취약한 형편이다. 지역여성단체들은 부족한 자립기반을 보충하기 위하여 상시적인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 단체별로 자기 과제나 조직대상에서 더욱 분화되고 전문화되어야겠지만, 사안별로는 상호연대를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여성운동의 양적, 질적 확대를 꾀해야 할 것이다. 지역여성단체의 제한된 정보와 물적, 인적 자원을 교류하고 협조적으로 연대한다면 여성단체 간의 불균등 발전을 점차 해소해 나갈 수 있고 세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단체들은 지역여성운동의 활성화를 통한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힘써야 한다.

여성정책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와 직결되면서도 아직까지는 경제논리에 밀려 부차적으로 논의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여성정책이 세워져서 실천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각 단위 여성단체들의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활동에 기반을 둔 여성단체들의 연대를 통하여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당면한 숙제가 많겠지만 우선 여성단체는 그동안의 틀과 한계를 깨고 분명한 자기정체성을 갖고 활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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