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청명한 가을 하늘이 점점 더 높아지던 지난 10월 중순, 국내 최대의 디스플레이 잔치인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IMID)이 열리던 일산 킨텍스를 찾았다. IMID는 매년 디스플레이 관련 회사와 연구소들이 첨단 제품과 차세대 개발품을 전시하면서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자리로 주목 받아 왔는데, 올해는 한국전자전과 국제반도체대전 등 관련 정보통신 전시회와 동시에 열림으로써 미래에 펼쳐질 정보통신사회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기술들은 우리의 미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게 될까? 올해 필자가 IMID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통해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디스플레이 기술의 화두는 초고화질, 친환경, 디자인의 혁신 등 세 가지였다. 우선 혁신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기술들을 살펴 보자. 삼성전자에서 전시한 전세계에서 가장 얇은 LCD TV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 TV의 두께는 손톱 크기보다도 작은 7.9 밀리미터(mm)에 불과하여 말 그대로 벽걸이형 초박형 TV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아울러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3차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기술적 진보는 딱딱하고 평편한 스크린에 갇힌 영상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라는 기존의 선입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들은 디스플레이가 통상적으로 거실의 가운데 놓여 있는 TV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서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구부러지는 전자종이로 만든 전자신문으로 뉴스를 보거나 거실의 벽지 대신 얇은 디스플레이를 붙여서 벽 한 쪽을 디스플레이로 이용하거나 혹은 텅 빈 공간에 3차원의 영상을 띄워 놓고 느낄 수 있는 미래기술들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한편, 지구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에너지문제는 디스플레이도 피해갈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가령 미국에서 전체 전기소비량 중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냉방, 조명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TV에 있어서 초절전기술이 매우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IMID에서는 수은이나 납 같은 유해물질을 없애는 노력에서부터 TV의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였다. LCD에 빛을 공급하는 백라이트(backlight) 장치에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사용하고 화면 밝기에 따라 부분적으로 밝기를 조절하여 소비전력을 절반 가까이 줄인 초절전 제품들이 대거 공개되어 디스플레이 기술이 이산화탄소 감량 등 환경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결국 가장 현실감 있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느끼고자 하는 데 있을 것이다. 1초에 60 번의 장면을 화면에 띄우는 기존 기술에 비해 초당 240번의 영상을 만들어내 더 깨끗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240Hz 구동이 적용된 TV나, 현재 해상도가 가장 좋은 Full HD(high definition) 화면에 비해 화소 수가 10배 이상 더 많은 울트라 HD(Ultra HD) TV도 선보이면서 이번 IMID는 초고화질 영상을 구현하게 될 미래의 TV로 한 걸음 더 다가선 한국의 첨단 기술력이 돋보인 자리였다.

IMID와 같은 정보통신 관련 전시회는 단순히 신제품을 전시하는 행사장의 차원을 넘어서 학술행사와 문화행사를 동시에 결합함으로써 대중과 전문가들이 만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IMID는 작년까지는 주로 대구의 국제전시장인 EXCO에서 개최되었고 내년에도 다시 대구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각 주요 대도시마다 지역과 중앙, 지역과 첨단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특색 있는 국제전시회장을 갖추고 있는 요즘, 청정 환경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강원도에서도 국제적 전시공간 및 이 지역의 자연과 산업적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전시행사에 대한 중장기적 기획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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