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옥 사회부 기자
반세기로(路), 희망로, 번영로, 미래로 등 57년만에 개통되는 춘천 캠프페이지 관통도로에 시민들이 붙인 다양한 이름이다. 기대와 소망이 듬뿍 배어있다. 다시는 이 땅을 빼앗기지 말자는 다짐도 들어있는 듯 하다. 그 도로가 ‘춘천 시민의 날’인 8일 개통됐다. 지난 4월 도로개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반년만에 성사된 개통식이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70대 노인 등 참여 인파는 다양했다.

수십년동안 캠프페이지를 걷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시민들은 그러나 실망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이날 개통식은 57년만의 첫 개방을 기념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무미건조했다. 활주로에서 진행된 개통식은 ‘말의 성찬’과 그 말이 건네는 바람같은 약속이 전부였다. 계획된 청사진도 없고, 비전도 없는…. 막연한 기대심리만 부추겼다.

이벤트 행사는 더 어눌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개통된 500m 도로와 비행기 활주로를 걸었다. 그리고 메시지도 없는 공연을 관람했다. 춘천시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그리고 시민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했을까?

캠프 페이지의 역사, 캠프 페이지가 춘천에 던져줬던 아픔, 그리고 그 아픔을 뛰어넘어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다짐이라도 있었야 해던건 아닌지….

물론 도로개통 자체가 주는 의미를 부인할 수 없다. 역사적 상징성 자체가 주는 감동 또한 크다. 그러나 50년 넘게 내 땅을 걸을 수 없었던 시민들의 원망과 아픔을 이날 만큼은 녹이고 털어냈어야 했다.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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