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부부가 있습니다. 오늘은 무엇이 바빴는지 립스틱도 채 바르지 못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출근하는 아침내내 남편과 목소리를 높여 싸우고 왔답니다. 부부 상담을 오래 해서인지 다른 사람보다는 부부싸움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후배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말을 꺼내도 대화가 안 된다, 부부 싸움을 하다 보면 도대체 뭐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하도 많이 양보하다 보니 하기 싫은 일도 너무 많이 해 온 게 억울하다, 매번 같은 문제로 싸우지만 화만 나고 문제는 맨날 미해결 상태로 남아서 답답하다… 등등. 후배의 남편도 대화가 헛바퀴를 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아내 탓을 합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 이만큼 해 주면 된 것 아니냐, 내가 큰소리라도 버럭 지르지 않으면 잔소리가 끝이 나지 않는다, 나도 밖에서 하루 종일 일하느라 고달픈데 집에 와서 맘 놓고 스포츠 중계나 뉴스를 보는 것도 죄냐 등등.

솔로몬의 판결처럼 누가 들어도 지혜로우면서도 양쪽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명쾌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답은 부부의 대화 방식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부부 싸움의 내용 자체는 불행도나 이혼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폭력, 외도, 돈문제, 술중독 등 아주 심각한 것이든 아니면 치약 짜는 방식의 차이나 양말 벗어 놓는 습관 따위의 아주 하찮고 사소한 내용이든 부부싸움의 내용은 결혼의 불행을 좌우하는 데 별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화의 ‘방식’이 문제입니다.

대화 중에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가 들어가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비난이란 사사건건 트집잡고 상대를 비판하는 행동입니다. “당신, 또 약속 안 지켰잖아! 맨날 술만 마시고 아이들이랑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잘 하는 게 하나도 없어” 이런 것이 비난의 예입니다. 경멸은 비난보다 한층 더 독소가 강합니다. “어쭈, 잘 해 보시지, 넌 그냥 그렇게 사세요, 꼴에 겉멋만 잔뜩 들어가지고,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이런 말투에는 비아냥과 인격비하의 독이 들어 있습니다. 설사 말하는 사람이 습관적으로 무심코 내뱉는다 해도 듣는 사람에게는 자존심이 상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고 인격에 상처를 입는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방어는 “내 잘못은 없다, 너도 그러면서 왜 나만 뭐라 하느냐, 너만 잘하면 문제는 안 생긴다”는 투의 말입니다. 말을 꺼내봤자 잘못의 책임이 모두 나한테 있다는 반격을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요. 이런 식으로 치고받으면 부부 싸움은 권투나 레슬링처럼 치열해지고 살벌해지게 됩니다. 한쪽이 녹다운되거나 양쪽 다 지쳐 떨어지게 되어야 끝이 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런 소모전이 되풀이 되다 보면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담쌓기라는 냉전으로 들어갑니다. 각방 쓰기, 집 나가기, 말 안 하기, 전화 안 받기, 텔레비전이나 신문만 들여다 보기… 등이 담쌓기의 예입니다.

이 네 가지 방법을 쓰면 이혼으로 끝날 확률이 아주 높은 것 같습니다.

대화 속에 비난, 경멸, 방어와 담쌓기만 제거해도 결혼 생활이 한결 쉽고 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넷을 뺀 빈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으면 행복감이 증폭될까요? 후배에게 권합니다. 비난 대신에 원하는 것을 부탁하거나 요청해 봐요. 경멸 대신에 칭찬의 말과 감사의 말을 해 보면 상대도 나를 존중해주게 됩니다. 방어 대신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의 고충을 수용해 보세요. 그럴 수도 있겠네, 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 한 번 생각해볼게… 등은 수용의 표현입니다. 끝으로 담쌓기 대신 그날 싸움을 그날로 끝내고 화해 시도를 즉각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부터 당장 실행해 보세요. 아마 기대했던 것 이상의 효과를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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