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최근 강원도는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계획’에 따라 영월에 대규모 태양광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춘천의 붕어섬에도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란 말 그대로 계속 사용하더라도 끊임없이 공급될 수 있는 에너지란 의미로, 태양광, 풍력, 수력 등에서 얻는 에너지를 말한다. 오늘날의 기술문명 사회를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되었고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궁극적으로는 불명예퇴진을 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화석연료들을 태워 얻게 되는 에너지도 원래는 태양으로부터 온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득히 먼 옛날 광합성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생태계 내 동식물들의 거대한 잔해가 고압과 고온의 환경 하에서 화학적으로 변화한 물질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게 된 인류는 이제 화석연료에 축적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태양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태양전지(solar cell)를 이용한 태양광발전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지난 9월말 이 자리에서 빛을 내는 반도체인 고체발광다이오드(LED)를 소개한 바 있다(9월 29일자 도민시론). LED란 극성이 다른 p형, n형 반도체를 접합시킨 후 전류를 흘려 줄 때 접합부에서 빛이 발생하는 발광(發光)소자라고 소개하였다. 태양전지는 LED와는 정반대의 기능으로 동작하는 발전(發電)소자이다. 즉 pn 접합형 반도체에 빛을 쬐어주면 전자(electron)가 흐르면서 전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1954년 미국 벨(Bell) 연구소에서 불순물이 들어간 실리콘(Si)이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실험 도중 우연히 발견함으로써 최초의 태양전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태양전지의 첫 번째 실용화 사례는 1958년에 발사되었고 지금도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들 중 가장 오래된 위성인 뱅가드(Vanguard) 1호에 전원공급용으로 사용된 작은 태양전지였다. 이 몇 개의 태양전지 덕분에 뱅가드 1호는 지구에 12년 동안이나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그 이후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기술은 지구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부터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는 로봇, 고속도로의 가로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계산기에 이르기까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고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LED의 경우 입력된 전기에너지를 최대한 많은 양의 빛으로 바꾸어 발광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태양전지의 경우에는 전지판에 쏟아지는 태양빛을 최대한 많은 양의 전류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현재 상용화기술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실리콘계 태양전지가 보이는 에너지 변환효율은 아직 17% 내외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최근 거울이나 렌즈를 이용해 태양광을 집광하고 이를 화합물 반도체로 구성된 태양전지에 모아줌으로써 에너지 변환효율을 40% 정도까지 끌어올린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태양광발전방식의 효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발전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이 기술의 응용범위를 지상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주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즉 지구 위 정지궤도에 태양전지판을 장착한 위성을 배치한 후 여기에서 모은 태양광을 마이크로파로 변환해서 이를 지상에 배치된 거대한 안테나를 향해 쏘아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본격화된 태양광발전시대는 앞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대단위 태양광 발전시설이 곳곳에 들어설 뿐 아니라 건물이나 주택의 지붕과 벽, 창문 등에 일체화된 형태로 태양전지가 설치됨으로써 태양전지 자체가 건축물의 마감재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전지는 아직까지 ‘비싼’ 기술이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방식과의 경쟁에서 경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최소한 6분의 1 정도로 발전단가가 더 싸져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기술은 경제성 여부를 떠나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과감히 투자하고 발전시켜 가야 하는 기술이다.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지키는 것은 경제성을 중심에 두는 ‘자본의 논리’보다 훨씬 소중한 상위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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