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창

제자 감리교회 담임목사

(춘천 연탄은행 대표)
미국 교육부에서 연구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한 가정이 있는데 전 예일대교수이자 현 동암 문화연구소(ERI) 이사장이신 전혜성 여사 가정이다. 그는 장면 정권시절 초대 주미특명전권공사와 UN대표를 지낸 고 고광림 박사와 미국에서 고학생 신분으로 만나 가정을 이뤄 여섯 자녀를 낳아 모두 미국의 최고의 리더로 키웠다.

큰딸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MIT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앙대 교수로 몸담고 있고, 큰아들은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주 보건후생부장관을 지낸 뒤 하버드 공동보건대학원(School of pubic health) 부학장으로 일하며, 셋째 아들은 하버드대 졸업 뒤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을 갔다 와서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인 최초로 예일대 법대 석좌교수가 되었고, 클린턴 정부시절 인권 차관보를 지냈다. 둘째딸은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 법대 석좌 임상교수로 있다. 예일대에서 남매가 모두 석좌교수 이상이 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특히 둘째딸은 유색인종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석좌교수가 되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막내아들은 하버드대 사회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보스턴 뮤지엄 미대(Boston Museum of Art)와 뉴욕 비주얼 아트(Visual Arts) 대학에서 미술로 전공을 바꿔서 그 분야 최고 학위인 MFA 학위를 받았다.

자녀들의 이력만 보면 재능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놀랍게도 전혜성 여사는 한 번도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재능을 키운 것은 바로 그들의 덕(德)이었다. 어머니 전혜성 여사가 철저하게 아이들에게 강조한 덕목(德目)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재주가 덕을 앞지르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녀들이 재능도 길러야 하지만 그보다 덕을 더 많이 갖춘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비록 재주가 없어도 덕이 높으면 그의 훌륭한 됨됨이를 인정하고 따르지만 반대로 재주만 있고 덕이 없는 사람은 존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혜성 여사는 자녀들이 세계적인 엘리트가 되기에 앞서 됨됨이가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아이들에게 늘 덕이 재능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덕승재(德勝才)’ 개념을 강조했다.

여기서 덕(德)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재주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재주가 뛰어날수록 덕도 그 만큼 따라주어야 하며, 재주 이상의 인간미가 보일 때 사람들은 그를 마음으로 믿고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는 자연스럽게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혜성 여사는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먼저 스스로 자신을 섬기고, 서로를 섬기고, 자녀를 섬기고, 더 나아가 남을 섬기고 사회를 섬길 때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덕은 많은 사람을 이끈다. 그것이 바로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드는 비결이자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리더로 키울 수 있는 길이다. 남을 돕고 베푸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오히려 힘과 지혜를 얻게 된다.

부모가 먼저 덕(德)을 가지고 남을 배려하고 봉사한다면 아이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훌륭하게 자란다. 오늘 우리 교육에 못내 아쉬운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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