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돈민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시민은 기업인을 사랑합니다” TV에 방영되는 모 광역자치단체장이 출연한 기업유치 광고의 한 장면이다. 기업유치가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다보니 너도 나도 지역마다 타 지역에 자리 잡은 기업을 끌어오기 위해 각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방에서 유치한 수도권 기업들의 상당수가 이전을 통하여 생존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자 했던 소위 한계기업이라서 문제다. 기업활동이 아니라 이전보조금이나 부동산 가격상승을 목표로 하는 한계기업은 지역에 와서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자칫하면 아까운 보조금과 지역자원으로서의 땅만 날리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10·30 수도권 규제완화조치로 인하여 이러한 기업들마저도 지방유치가 불투명한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당면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기업활동을 진작시키고자 국가적 노력이 경주되고 있듯이 지역발전의 중심에 기업이 자리함은 틀림없다. ‘독일의 국가경쟁력이 전국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 경쟁력의 총합’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을 지역에 많이 있도록 하느냐가 지역발전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한 정책에는 기업유치와 창업 활성화, 그리고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제도, 문화, 관습 등 인프라의 조성이 중요하다. 세계적 경제침체와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하여 지방에서 기존 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기업의 창업과 기존 도내 기업의 육성이다. 이는 기업유치보다 더 근본적인 방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업유치에 밀려 정책적으로 소홀해 왔지 않았나하는 느낌이다.

지역창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지역연고산업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지연(地緣)산업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일본의 용어를 그대로 쓰거나 지역특화산업, 향토산업 등으로 불러 아직 확립된 용어는 없다. 이러한 산업군은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의 창업은 지역의 고용창출과 전후방 지역경제효과가 탁월하다. 지역산업이 국가전략산업과 일치한다면 지역의 성장은 확실하다. 60∼70년대 강원도의 석탄산업이 대표적 예이다. 석탄이나 석회석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업까지 붕괴되고 있는 강원도의 현실에서 어떤 것이 강원도의 대표산업이 될 수 있을까. 국가의 산업전략에 발맞춰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의료기기 등 지식기반산업은 아직 강원도 전역을 아우르는 대표산업이 되기 힘들다. 그나마 관광산업이 강원도의 향토산업이자 대표산업으로서 잠재력을 가장 크게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관광산업이 지역의 대표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이나 주민 모두의 의식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관광산업은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 경제가 융합된 복합서비스산업이다. 경제적으로는 숙박음식업뿐만 아니라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금융 등 모든 산업이 연계하여 관광산업과 통합적인 상생체계를 형성한다. 관광사업체는 제조업체나 다름없이 엄연한 하나의 기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특히 중요한 리조트산업은 70년대 콘도개발로 불이 붙기 시작함으로써 복합서비스산업으로서가 아니라 부동산개발로 지역이나 업계에서 잘못 인식되어 왔다.

국민적 인식도 관광행위를 필수적 생활의 한 부분이 아니라 ‘노는’, ‘한가한’, ‘여분의’, ‘특별한’ 행위로 파악함으로써 건전한 관광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주민들이나 관광사업자의 마인드도 제조업 분야와 관광분야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제조업체가 지역에 들어왔다고 해서 주민들이 그 업체의 물건 값을 할인해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장이 들어왔을 때 지역주민들이 할인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골프를 싸게 치려고 지역에서 골프장 유치를 희망했던 것인가? 지역사회의 진정한 기업사랑은 주민이 대접받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본연의 활동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의식적으로 보장하며 응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기업이 발전하고 그 결과로서 지역에 대한 기여와 재투자가 선순환되는 기업-지역 공생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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