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기배

춘천광장감리교회 담임목사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이 되면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신자이든 아니든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물결로 넘쳐난다. 그러나 근래들어 성탄절의 풍속도는 상업적 논리에 의해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성서에 나타난 아기예수 탄생의 의미를 살펴보며 성탄절을 달리 보내는 방법을 찾아본다.

성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아기예수의 탄생에 관한 기록이 있다. 마태복음에는 예수께서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들이 예물을 들고 찾아와 경배한 것과 헤롯이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두살 이하의 남자아이를 모두 죽인 유아학살사건을 기록하면서 예수께서 만왕의 왕으로 오셨지만 자기 백성들로부터 배척당하셨음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복음에는 예수를 경배하러 온 사람이 가난한 목자들이었던 것과 아기예수가 태어난 장소가 마굿간 말구유였음을 말하면서 낮고 천한 곳에 오셔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예수의 겸손과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인의 왕이신 예수께서 어떠한 연유로 대궐 같은 좋은 집에서 태어나지 않고 더럽고 냄새나는 마굿간 축사에서 태어나셔야만 했을까.

그것은 성서의 기록대로라면 당시 여관에는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의 부모는 인구조사를 받기 위해 고향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만삭인 어머니 마리아가 진통이 오기 시작하여 묵을 곳을 찾았지만 들어가는 여관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서 누울 만한 방을 얻지 못한 것이다. 여관 주인에게 사정하였지만 이미 방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로 어쩔수 없이 건너편에 있는 허름한 마굿간에서 밤을 보내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목은 사람들이 예수를 거부했지만 마굿간은 예수를 받아주면서 아기예수를 누인 말구유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예수님을 품는 영광을 누렸다. 또 구유란 식량을 담아내 타인에게 주기 위한 것으로 예수께서 구유에서 탄생한 것은 내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식량을 나누어 잘 먹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아기예수가 태어난 지역명 또한 ‘베들레헴’으로 그 이름의 뜻은 ‘떡집’이다.

사람들에게 세상의 큰 선물인 예수의 탄생이 떡을 나누 듯 온누리에 생명을 전파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기예수가 세상에 온 것은 내 것을 다 나누어 주어 그 속에 예수를 품듯, 내 안의 모든 헛된 것들을 버리고 그 빈 마음에 사랑을 품는 존재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을 품지 못하고 사는 이유는 내 안에 내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예수가 태어나던 날 밤에도 아픈 배를 부여잡고 여러 여관을 전전했지만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예수를 품을 만한 마음이 그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인 것이다.

성탄절을 전후해 한해를 마감하는 이때에 진정한 아기예수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겨 내 안에 사랑을 품어 나눔과 섬김으로 평화를 이루는 시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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