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도 어렵지만 싹쓸이 홍수는 더 무섭다"

최근 2차례 대홍수로 피해를 본 철원 남대천 주변 주민들이 가뭄철에 때아닌 수해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96년과 99년 남대천이 범람하면서 지붕만 남기고 침수됐던 중부전선 최전방 민간인출입통제선내 김화읍 생창리에서는 최근 30여 가구가 집안 높은 곳에 선반을 달았다.

이 선반은 갑자기 홍수가 나 방으로 물이 들어올 경우 이불 등 생필품을 천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야산으로 긴급 피난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주민들은 침수피해를 우려, 도배나 보일러 설치 등 집수리 작업도 장마철 이후로 미뤄 놓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봄가뭄때문에 모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와중에서도 선반을 미리 설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갑자기 마을이 침수돼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특히 요즘 기상여건이 막대한 수해가 발생했던 과거와 비슷한데다 복구사업으로 남대천 강둑이 보강됐지만 배수펌프가 없어 홍수가 날 경우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과거처럼 역류돼 처마 밑까지 차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아직도 과거 2차례에 걸쳐 물이 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부주민들은 살던 집을 버리고 높은 지대로 이주하거나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하는 등 미리 대비하고 있다.

한 주민은 “어차피 한해 강우량은 비슷한데 비가 봄철에 내리지 않으면 태풍이 올라오는 여름에 집중될 수 있다"면서 “홍수가 발생할 경우 당장 먹고 입을 것이라도 건지겠다는 심정으로 선반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