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球都’강릉을 뜨겁게 달궜던 열전 8일의 금강대기가 막을 내렸다.

홈팀 강릉상고가 8강전에서 마산공고에 1-0으로 아깝게 패해 대회 3회 우승이 좌절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팬들이 많지만, 올해 금강대기는 지난98년 우승을 다퉜던 마산공고와 안양공고가 3년만에 결승전에서 다시 격돌하는 또 한편의 드라마를 엮어냈다.

중·고교 56개 참가팀에 출전 선수만 1천700여명. 여기에 학부모 응원단과 대회 임원 등을 합치면 금강대기를 위해 강릉에 체류한 상주 인원만 3천500여명에 달한다. 예선리그제로 치러졌으니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96년 강릉에서 첫휘슬을 울린 금강대기가 축구의 도시 강릉을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계절적 시점은 참으로 절묘하다.

음력 5월 단오가 백두대간 대관령 동편 영동사람들을 한마당 잔치판으로 이끌어내고, 7월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물경 1천만명의 외지 피서객이 대관령을 넘어오는 계절적인 길목, 그 초입에서 금강대기는 바통을 넘겨준다.

금강대기가 열리는 5월까지 강릉사람들은 유난히 바쁘다. 엄동에는 한번 쏟아졌다하면 1m를 훌쩍 넘기는것이 보통인 폭설과 싸워야하고, 또 2월부터 금강대기 직전인 5월까지 3개월간은 1년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 산불 예방활동까지 펼쳐야 해 심신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지난98년부터는 한해걸러 한번씩 영동사람들의 역경 극복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초대형 산불이 잇따라 올해부터는 강릉에서만 공무원 사회단체 회원, 이·통·반장 등 연인원 5만여명이 지난40여일간 야간 산불 불침번을 서기도 했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은 ‘春來不似春’. 그 계절적인 고비를 뛰어넘자 마자 열리는 금강대기는 강릉의 축구팬들에게 봄을 느끼게 하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좀체 어울릴 것 같지않은 승부와 화합이 절묘하게 어울려 시너지성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스포츠 제전을 즐기고 일상의 군더더기를 털어내기 위해 올해도 강릉사람들은 경기장을 찾는 발품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29일 축구선수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암공설운동장을 찾았던 한 외지선수단의 학부모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채 쉴새없이 탄성과 환호를 터뜨리며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몰입하는 강릉 관중들을 지켜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학부모는 전국의 숱한 축구대회를 다녀봤지만, 고교 축구경기에 이렇게 일반 관중들이 몰리는 곳은 처음본다며 “왜 다들 강릉을 축구도시라고 부르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금강대기는 이제 1년을 기다리면 또다시 펼쳐진다.

그런데 그 시기가 또한번 절묘하다. 올림픽을 능가하는 ‘꿈의 구연’이라고 하는 한·일월드컵이 지구촌을 열광시키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도시를 드러내놓고 세계인의 기억속에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인 개최지에서 안타깝게도 강릉은 빠져있다.

우리와 함께 월드컵을 치르는 일본이 그 수도인 도쿄는 아예 개최지에 집어넣지도 않고 내년 6월30일 결승전도 지방도시인 요코하마에서 치르는 얄미울 정도의 ‘지방중심’으로 개최지를 구성한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움이 더할 수 밖에 없지만, 어쨋든 강릉은 거도적인 유치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최지에 끼지 못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강릉시는 현재 월드컵 참가팀들의 준비캠프 유치를 추진중이다. 보통 월드컵 개막 1개월전에 참가국들이 캠프를 설치하고 그 이전에 현지확인을 하게되니 금강대기 대회 기간중에 외국 참가팀들이 강릉, 즉 대한민국 지방도시의 축구열기를 확인할수도 있다.

내년에는 금강대기 참가팀을 대폭 늘리자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을 유치못한 섭섭함 아쉬움 안타까움을 더는 또 한번의 성공 잔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江陵/崔東烈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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