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규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난 주말 강원도 지역 언론들은 경찰 고위 간부 인사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치안감, 경무관 승진에서 강원도 출신이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정 지역 편중이 심화되고 있고, 강원도가 홀대받고 있다는 비판적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기사들에는 남아 있는 총경 승진에 대한 염려와 기대가 섞인 전망이 포함돼 있다. 이렇듯 중앙에서 주요 직책의 인사 발표가 있을 때마다 지역 언론은 출향 인사 포함 여부를 보도한다. 어떤 자리에 어느 지역 출신 누가 임명됐고, 그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어떠한지를 다룬다. 중요한 자리에 임명된 인물에 대해서는 인터뷰 기사로 자세히 다루기도 한다. 출향 인사들의 임명 이후의 활동에 대한 기사도 자주 실린다.

지역 언론의 역할 중 하나로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을 든다. 언론의 출향 인사 보도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 언론의 보도를 통해 중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 출신 인사들이 누구인지를 알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역 언론의 역할로 지역 사회 발전에의 기여를 꼽기도 한다. 언론의 출향 인사 보도에는 지역 주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역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대한 기대가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 언론의 출향 인사 보도를 보다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그 지역 출신이라고 하는 것인지 애매할 때가 있다. 때로는 어떤 인물에 대해 특정 지역 언론과 다른 지역 언론이 서로 자신의 지역 출신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일부 인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고향을 그때그때 달리 말하는 경우까지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가운데 가능하면 자기 지역 출신이라고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한 주로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출향 인사 보도가 과연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자부심을 갖게 만들지도 의문이다. 주민들에게 자신의 지역 출신 인사의 출세가 기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 어린 시절 잠깐 지역과 연고를 맺었을 뿐인 인물들의 출세가 일반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출세한 출향 인사들과 어떻게든 줄을 대려는 일부 지역 유지들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주민들에게는 크게 와 닿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역 언론이 출향 인사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보도만을 한다는 점이다. 중앙의 고위직에 있는 지역 출신 인사가 무능하거나 부패해서 문제가 될 경우에도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 지역 언론이 적지 않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입장을 대변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지역 출신 인사를 지나치게 띄워주거나 무조건 옹호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언론‘으로서의 사명보다 ‘지역‘의 이익이 너무 앞세워지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만들고, 지역 인재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출향 인사 보도의 가치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중앙의 고위직 임명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존의 출향 인사 보도 관행을 무조건 비판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고위직의 지역 편중 인사가 지역 간 차별을 심화시켜 왔다는 사실을 감안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경찰 인사에서 TK·PK 지역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한 것을 보면, 이번 강원도 지역 언론의 경찰 인사 보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대상이 지나치게 고위직에 치중되어 있고, 무조건 띄워주기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기존의 출향 인사 보도에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다양한 분야의 출향 인사들을 찾아내고, 고위직의 출향 인사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비판을 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출향 인사 보도가 더욱 값진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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