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달

강릉대 교수
지난해 말 고심 끝에 이젠 제2고향이 된 강릉의 풍광 좋은 곳에 평생 정착할 생각으로 새 집을 지어 이사를 하였다. ‘집을 새로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과 같이 집을 신축하며 말 못할 고생을 하였다. 특히 이웃의 막가파식 생트집에 일일이 맞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함께 살아야 될 이웃과 법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워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병원신세를 지기도 하였으며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웃 인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강원도의 제1과제인 ‘인구 늘리기 정책’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중환의 ‘택리지’중 복거총론(卜居總論)을 보면 무릇 사람이 살 만한 삶터는 지리(풍수), 생리(일터), 인심, 산수가 두루 갖춘 곳이어야 하며 그 중에서 인심이 나쁘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있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지렁이처럼 흙을 먹고 살지 못하는데 한갓 산수만 취해서 삶을 영위할 수 없고 사는 데에는 무엇보다 인심이 넘치는 곳이어야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강원도는 현재 살만한 곳인가.

강원도는 이중환의 삶터 조건 중 지리와 산수는 양호하나 먹고 살 생리(生利)가 빈약하여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강원도 인심은 폐쇄적 지형여건으로 인하여 외지인에 대한 배타성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런 배타적인 지역텃세는 전원생활을 꿈꾸고 강원도를 찾았던 적지 않은 도시민에게 큰 상처를 줘 지역을 떠나게 만들고 지역발전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200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도시민 농촌정주의향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시거주자 중 56.3%는 농촌에 정주할 의향이 있고 6.5%는 10년 내에 농촌정주를 위해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의 유치가 현재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회생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이의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중앙정부도 다양한 정책으로 이들 도시민의 농촌정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는 매년 감소하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인구 늘리기’를 도정의 핵심정책으로 정하고 현재 나름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는 출산 장려나 정주환경 개선 등 중·장기적 정책에 치중하고 도시민을 적극 유치하는 실효성 있는 시책은 미흡하며 정작 사람이 살아가는데 절실한 훈훈한 인심 만들기를 위한 정책은 없다. 또한 강원도를 스스로 찾아온 외지인들에 대한 정책도 부족하여 외지인이 지역텃세에 고군분투하다가 강원도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들에 의해 인터넷 등에 강원도 텃세에 대한 절절한 사연이 공개되어 도시민유치에 장애가 되고 있다.

강원도 인구 늘리기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인심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여 ‘인심 좋은 마을 만들기’사업을 강원도만의 차별화된 정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매년 도내에서 인심 좋은 마을의 포상과 함께 다양한 강원도의 훈훈한 인심 제고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외지전입자들의 고충을 상담 해결해 주는 전담창구를 설치하며 ‘외지인 유치 인센티브제’ 등 외지인 유치가 동네에 직접적 혜택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된다.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지역텃세의 근절과 함께 도내 일부지역의 고질적인 학연, 지연, 혈연의 ‘끼리끼리 문화’를 혁파하여야 산다.

최근의 도시성장이론인 창조도시론에 의하면 지식기반사회의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시의 개방성, 관용성,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 로마제국이 번성한 것도 식민지 주민을 적극 포용한 결과이고 오늘날 미국의 번영도 미국의 개방적 이민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강원도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의 외지인에 대한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며 청정한 자연환경과 같은 좋은 인심의 제고가 중요하다. ‘인심 좋은 마을 만들기’사업의 적극 추진으로 강원도가 전국에서 텃세 없는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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