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경배

강원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중 하나가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은 산업혁명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의식과 삶을 지배했던 ‘양적 성장’의 시대를 청산하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사회구성원들간 공생·공영적 삶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현하자는 인류 발전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이론과 정책중 다수가 과거 양적성장을 주도했던 개발론자들이나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을 주장하며 개발도상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주도한 신자유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녹색과 상반되게 지구를 잿빛으로 만든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사회양극화의 확산을 유발한 주모자들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이들의 기만적 녹색과의 동거를 경계해야 한다. 녹색성장이 ‘자연과 인간의 공생’, ‘사회구성원의 공동 번영’, ‘공동체 회복과 지속성장’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내발적 발전’이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발적 발전은 근대화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양적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와 인간과 환경에 관한 스톡홀롬회의가 그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국제연합 특별위원회에서 스웨덴의 닥 하마솔드 재단은 ‘또하나의 발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내발적 발전의 이론적 기초가 마련된다.

내발적 발전은 근대화 과정에서 촉발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가의 총체적, 총량적 성장을 유도하는 성장위주의 발전전략이 그 한계에 이르러 이의 대안으로서 제시된 자연환경 및 공동체회복과 상대적 분배를 고려한 발전전략이다. 내발적 발전론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적 삶을 지향하고 경제적 관계를 보완하여 사회적 관계에 기반한 공동체 형성을 중시하고 사회변혁의 주체로서 개인의 내발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발적 발전의 시각에서 녹색성장이 지향해야할 대강의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과 인간의 공생적 삶을 위해 에너지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환경의 지속성을 높여주는 녹색산업에 최대한 투자해야 한다. 전 국민적으로 녹색 소비문화를 정착하고 주부들이 앞장서서 가정에서 저탄소 배출을 생활화해야 한다. 또한 청정생산기술, 자원순환기술, 녹색기술(GT),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지원확대를 통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속 녹색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 둘째, 국가 전체적으로 인간관계성 경제를 확대하여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인간관계성 경제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주고 대화의 주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다함께 행복한 공동체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행위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가능한데, 예를 들어, 시민단체, 퇴직자, 국내 거주외국인 등이 인간관계서비스를 지원함으써 고용불안과 생계취약문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사회적 역량 강화로 이어져 사회구성원의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셋째, 성숙한 시민사회 형성과 자발적 봉사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사회의 형성은 시민들의 사회윤리의식을 선진화하고 합리화하는 과제로 집약된다. 양보와 협동의 자세, 관용의 태도, 규칙준수와 질서존중, 권리와 요구에 앞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 등이 전국가적 사회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여기서는 특히 사회 지도층이 반성하고 모범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과제는 궁극적으로 시민이 방관자에서 적극적 참여자로 동참하여 우리사회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이의 핵심적 근간이 자발적 봉사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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