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래 OK시골 대표

월간 마을 발행인
축제의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어딜 가나 축제고 조그마한 꼬투리만 보이면 축제를 만든다. 나라 안이 온통 축제로 축제 중이다. 같은 마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축제가 동시에 개최되기도 한다. 축제장 한쪽에 또 다른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펄럭인다.

마을에 이익 될 것이 별로 없고 오히려 손해일 것 같은데도 꾸역꾸역 열린다. 얼마를 보조했고, 얼마를 협찬했다는 사람들이 연설을 하는 것으로 축제의 반을 보내고 들러리로 모인 사람들은 하품을 한다. 주체 측 몇 사람의 잔치로 끝난다. 내용 없이 재탕, 삼탕인 축제가 대부분이고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고만고만한 규모다. 내 건 이름은 달라도 내용물은 ‘그 나물에 그 밥’인 축제들이다.

산나물을 뜯고 인근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을 불러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연다. 흥을 돋우기 위해 밴드 불러 풍악을 울리고 파장 때가 되면 유원지에 놀러온 관광버스 아줌마 부대가 되는 축제도 있다. 퍼주기식 축제도 많다. 참가자 숫자를 늘리기 위해 공짜로 밥도, 술도 주고 떡도 준다. 선물도 챙겨준다. 주민들은 그 뒤치다꺼리를 하다 지친다. 즐거워야 할 축제가 주민들에게는 귀찮고 힘든 행사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축제는 많다. 축제를 통해 신을 숭배하고 조상을 기린다. 주민들은 한 뜻이 되어 몸을 정갈히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참가를 한다. 며칠 전에 지난 부활절이나 곧 다가올 석가탄신일과 같은 축제는 경건하다.

주민들이 제 흥에 겨워 만든 축제도 많다. 고단한 노동을 하며 하루쯤 흥겹게 놀 수 있는 노동일이나 농사를 끝내고 펼치는 축제가 그런 것들이다. 이런 축제의 가장 큰 의미는 주민들의 즐거운 참여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그들이 흥겹고 즐거워야 가치가 있다. 흥겹게 노는 사람들을 보고 그 흥겨움에 동참하고 싶어 외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결국 관광상품이 된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스스로 즐겁기에 좋고, 관광객들이 몰려와 돈을 주고가기 때문에 좋다. 관에서는 주민들 흥겹게 노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행정지원을 해주고, 구경하고 참여하기 위해 오는 외지사람들 불편하지 않도록 교통정리만 해주면 된다.

하지만 요즘 축제들은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즐거운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짐이 된다. 외부사람들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다 보니 주체는 늘 외부인 몫이다. 그렇게라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좋겠지만 용빼는 재주가 없으면 힘들다. 많은 예산을 들였지만 장이 서지 않으니 손해만 본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937개 축제가 열렸다.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개최한 문화 관광축제는 120개고 이 가운데 반은 2000년 이후에 만들어 졌다. 관광특산품과 관광이벤트를 중심으로 한 축제가 74개다. 축제에 쓴 예산은 192억원이다. 이들 중 지역경제에 큰 버팀목이 되는 축제도 있지만 많은 수가 일회성 행사로 그친다.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낭비성축제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지역축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축제예산의 비중이 낮거나 축제비용 증가율이 낮은 지자체에는 교부세가 배정된다. 축제 통·폐합 등 방법으로 예산을 절감한 지자체와 일자리 창출사업이나 지역경제 사업에 재투자한 지자체에게도 교부세를 배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오죽했으면 이런 대책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경제나 국민경제나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힘들다고 한다. 축제로 흥청망청할 때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축제로 망한 나라가 많다. 그래서 춘향전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이 변학도의 잔칫날에 지은 시 구절 ‘歌聲高處 怨聲高(가성고처 원성고 :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성도 높다)’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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