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호

춘천 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
신약성경 요한복음6장9절 한 소년이 준비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장정만 헤아려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게 하고 먹고 남은 부스러기 열두 바구니를 거두어들인 기적에 대한 내용이 있다. 여기서 한 소년의 준비된 도시락은 매우 귀중한 역할을 했다. 한 소년의 준비성과 베풂은 예수님을 통하여 기적과 함께 풍성함의 축복이 되었고 남자 장정만 헤아려도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굶주림의 위기를 면하게 했다. 이 성경 말씀의 해석을 위하여 도와준 예화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쓰임 받기 위하여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기를 원한다.

바로 20세기전반을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지휘자 토스카니니(1867∼1957)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아홉 살 때부터 첼로와 작곡공부를 시작하였고, 20세가 되던 때에 리오데자이로의 이탈리아의 오페라단에 첼로연주자로 일했다. 그런데 그 오페라단의 지휘자는 실력도 부진하고 성격도 괴팍했다. 이로 인해 단원들과의 마찰이 심했는데 하루는 솔로가수와 사소한 언쟁 끝에 짐을 싸들고 떠나 버렸다. 오페라 공연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말 낭패였다. 이때 솔로가수가 토스카니니에게 지도를 받고 있었는데, 그가 토스카니니는 이곡 전체를 외우고 소화하고 있으니 지휘자로 추천 한다고 했다. 단원들은 이제 겨우 20살 된 토스카니니가 어떻게 이곡 전체를 외우고 소화 할 수 있느냐고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단원이 “지금 한번 시켜 봅시다. 시켜봐서 손해 날건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토스카니니는 생전처음으로 지휘대에 올라섰고, 잠시 후 그의 지휘로 연주를 끝낸 단원들은 놀라움과 경탄으로 환호했다. 그가 곡 전체를 외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의 특징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어서 그의 지휘는 모든 단원을 그 곡 속으로 완전히 끌어드릴 정도로 훌륭했던 것이다. 이틀 뒤의 오페라 공연은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이후, 그는 상임 지휘자가 됐으며 연주곡을 작곡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해석하는 능력에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이같이 사람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준비된 사람만이 쓰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일 토스카니니가 전곡을 외우지 않았다면 그는 쓰임을 받지 못했고 그의 이름은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에서 한 아이의 준비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보잘것없는 도시락이 예수님의 손에 들려 졌을 때 주님의 자비를 베푸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전혀 준비되지 못한 사람이 큰일에 뛰어들어 낭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토스카니니가 첼로연주용 악보만 외우고 전체를 지휘하려고 했다면, 음악에 대하여 약간의 상식만 있어도 오페라단의 지휘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조그마한 개인적 지식으로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지휘를 하고자하기 때문에 음정도 리듬도 박자도 맞을 수가 없다. 자신의 삶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준비를 하자. 학자는 학자답게 교육자는 교육자답게 경영인은 경영인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자신과 관계 되는 모든 것을 연구하고 파악하고 준비하자. 그렇게 준비 되었을 때 기회가 오면 지휘봉을 잡자. 준비도 안 되었으면서도 지휘봉을 잡고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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