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달 강릉원주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촉발된 시국선언이 최근 교수에 이어 종교단체, 문화, 예술단체, 각종 사회단체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3일 서울대 교수 124명으로부터 시작된 교수시국선언은 청와대와 일부 보수언론이 일부 ‘소수 의견’으로 폄하하는 사이, 101개교 5000여명으로 번졌고 18일 현재 시민사회 단체까지 합한 전체 시국선언 참여자는 3만여명이 넘어 사상 최다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수 시국선언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회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였다.

1960년 4월의 교수단 시국선언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왔고, 87년의 호헌반대 선언은 5공 정권의 종식 등 민주화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90년 3당 합당, 91년 5월의 강경대 치사 공안정국, 2004년 3월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 등 우리 사회의 주요 국면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우리나라 사회변화에 견인차가 되었다.

이번의 시국선언도 입장에 따라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고 일부 보수적인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시국선언’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심각하게 위축된 민주화와 남북 평화 공존에 대한 우려의 표시로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보여진다.

각 대학에서 발표된 시국선언문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최근 크게 위축된 기본권인 ‘표현과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의 보장, 그리고 남북 평화 공존 정책의 후퇴와 소수 기득권층(부자)을 위한 정책을 벗어나 약자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라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8일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9.6%인 절대 다수가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내용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촛불집회와 용산 철거민의 강제 진압에 따른 참사, 서울광장의 자의적 폐쇄 등에서 보듯 질서 유지라는 미명하에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크게 제약되고 있고 표현의 자유 역시 KBS, YTN 사장의 비정상적인 교체, MBC PD수첩팀 수사, 미네르바 사건, 아고라 주요 논객들에 대한 압수수색, 미디어법의 강행처리 의도 등에서 드러나듯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참여정부들어 어렵게 이루어진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독립이 다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서 보듯, 사법부의 독립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또한 남북 관계도 평화공존에서 냉전시대의 일촉즉발의 긴장과 대결의 시대로 회귀하고 균형발전 정책도 수도권 위주로 개악되었다 일찍이 순자는 ‘나의 잘못을 일깨워 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친구이며 나에게 아첨하는 사람은 나에게는 도적이다’라고 하여 비판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권력 주변에 기생하게 마련인 아첨배를 경계하라고 설파한 바 있다.

또한 공자도 ‘소인은 모든 잘못을 남에게서 찾으나 군자는 스스로에서 찾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보면 집권당의 대표조차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을 하지 못하여 쇄신파로부터 사퇴압력을 받는 형편이고 야당과 비판자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기는커녕 여당내 ‘친박’ 등과의 화합도 이루지 못하여 독선적인 것으로 국민에게 비쳐지고 있다.

그리고 정치는 바르게 다스리는 ‘政治’가 되지 못하고 공권력에 의존한 ‘征治’와 소위 ‘고소영’끼리의 ‘情治’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집권층은 노무현 조문정국에서 나타난 민의를 겸허하게 수렴하고 최근의 교수 등 각종 단체들의 시국선언에 나타난 비판에 귀를 기울여 진지하고 성의있게 대응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적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극복함으로써 성공한 정권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