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빗길을 운전하던 중 승용차가 힘없이 스르르 멈춰 섰다. 고장이 난 것이다. 집에서 나온 지 5분도 안되어서다. 처음에는 차내 조명이 꺼지더니 전기가 끊어지고 엔진 소리가 죽으면서 차가 완전히 멈췄다. 길가에 세워놓고 몇 번이고 키를 돌리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아예 전기가 먹지를 않는다. 모든 계기판이 깜깜했다. 보험회사의 신속하고 친절한 긴급서비스를 통해서 견인차가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기사가 여기저기를 열고 두드리고 만져보면서 원인을 찾아보았지만 알 수가 없단다. 할 수 없이 견인을 해서 집 가까이에 있는 1급 정비공장으로 갔다. 정밀진단을 한 결과 ‘제너레이터’가 고장이라고 해서 교환을 했다. 그리고 크레디트 카드로 영수처리 하고 차를 가지고 왔다. 집에 와서 내역 서를 보니 영수된 금액 중에는 견인 비 1만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표시된 내용으로는 견인 거리가 15㎞이고, 10㎞ 무상 외 본인 부담금으로 5㎞에 해당하는 1만원의 견인비가 청구된 것이다. 실제로 견인거리는 4㎞가 조금 넘었는데. 전화를 했다. 견인거리가 실제로 그렇지가 아니 할 터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했더니 ‘착오였다’는 해명과 동시에 1만원을 계좌입금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즉시 입금되었다. 그런데도 기분이 개운치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레디트 카드를 결제하고 내역서를 받지 않는다. 나도 평소에 그렇게 했다.
경제적 번영이 반드시 선진문화를 이루거나 행복지수를 보장하지 않는다. 조금은 못살고 가난하더라도 서로 믿고 신뢰하며 살 수 있을 때 우리는 기쁘고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 성경은 말한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 하니라’(누가복음 16장 10절). 왠지 크레디트 카드 앞에 민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