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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보물

우송 2009년 07월 10일 금요일
   
▲ 우 송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산속 절에 사는 운수납자로서 세속을 바라볼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현대인들이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들으면 한가한 소리라고 탓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여유란 바쁜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탓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산에 살면서 귀한 시간을 내 산행을 온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따금 이 분들 중에서 도 뭔가 쫓기듯 산행을 하는 분들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산행을 와서까지 쫓기듯 산을 오를 정도이니 도시 속에서의 일상에서는 오죽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절에 살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옛 스님들이 왜 산에 절을 짓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여러 역사적, 문화적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혹 스님들이 매일 녹색 자연을 보고 살라고 그리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와 이치만을 궁구해 봐도 공부는 저절로 되고, 자연의 천연 녹색만 봐도 마음의 평화가 절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자연은 서로를 망가뜨리지 않으니 함께 모여 살아도 조화와 상생(相生)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청정자연은 인성을 맑게 하니 욕심과 성냄이 나도 모르게 녹아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녹시율(綠視率)이란 말이 있다. 이는 한 지점에 선 사람의 시계(視界) 안에 녹색식물의 잎이 점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용어로, 평면적인 녹지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간은 이 녹시율이 낮으면 본능적으로 녹색을 찾는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술 받은 환자가 숲을 바라보면 늘 벽면을 보는 환자보다 빨리 낫고, 병원에 대한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적어지고, 나아가 항생제 부작용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숲을, 다른 한 그룹은 도시를 체험하게 했는데, 심신이 편안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알파파라는 뇌파의 비율이 숲 체험 그룹에서 배 이상 나왔다고 한다.

이외에도 녹색이 지닌 치유 기능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이는 산을, 숲길을 걷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회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살면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천연의 치료제인 녹색을 품고 있는 산과 숲은 이를 가능케 하니 참으로 큰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소승은 얼마 전 조계종 교구본사인 신흥사 주지에 취임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해온 오후 산행을 계속해오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내내 바쁜 소임을 보고난 뒤 점심공양을 마치자마자, 신흥사에서 계조암까지 산행을 한다. 산행을 하면 오전 동안의 피로가 풀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난다. 산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소임을 보면 산행 때 생긴 마음의 평화와 여유 때문에 사소한 일이라도 그르치지 않게 된다.

도시에 살면서 마음이 늘 우울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여유가 없었던 분들에게 이번 여름에는 꼭 산으로 오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녹색의 이파리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산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열려 있는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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