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종

상타원 교무(원불교 강원교구)
가정은 사회의 모체가 된다. 수많은 가정들이 모여 사회를 형성하고, 그 사회가 모여 나라를 이룬다.

결혼의 어원을 살펴보면 결혼의 결(結)자는 실 사(絲)에 길할 길(吉)자를 합친 글자로서, 남녀 두 사람이 마치 청실홍실로 엮듯이 인생의 길을 함께 잘 엮어가라는 의미이다. 실타래가 서로 꼬이지 않고 잘 엮어 가려면 법 있게 살아야 한다. 법 있게 살아가면 덕(德)이 묻어나온다. 덕은 은혜의 덩어리며, 은혜는 복전이다. 그리하여 평생을 길(吉)로써 행복하게 잘 살라는 의미다. 혼인의 인(姻)자에는 계집녀 (女)와 원인의 인(因)자를 썼다. 여자로 인(因)말미암아 모든 관계가 새로 형성되고 만사의 길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혀져 있다.

옛날 사람들은 말하기를 두 집안이 서로 예를 갖추고 시집가는 사람을 처라 하고(빙즉처聘則妻), 색을 좇아 즐거움을 따라 시집가는 사람을 첩(분즉첩奔則妾)이라 했다. 이와 같이 처첩을 분류해 가며 예를 중시하는 이유는 그 속에서 평생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서로 불평, 불만 없이 일편단심 종신 할 수 있는 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통 혼례에서는 신랑이 신부에게 기러기를 바치는 예가 있었다. 이를 전안례(奠雁禮)라고 한다. 그 많고 많은 동물들 중에 왜 하필이면 기러기를 사용했을까? 기러기에게는 좋은 습관이 세 가지가 있고 훌륭한 덕목으로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첫째, 기러기는 시절을 안다. 따뜻한 양(陽)을 따라 다니는 새로서 시절을 안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면 남쪽으로 날아들고 봄에 얼음이 풀리면 북쪽으로 돌아간다. 먹이가 풍요로운 시절을 따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수많은 기러기 떼를 책임지고 먹여 살리려면 준비가 없으면 떼거지로 얼어 죽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미래가 준비 된 부부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둘째 기러기는 예를 안다.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면 한 마리 대장 기러기를 따라 수십, 수백, 수천의 기러기가 따라간다. 한 마리도 그 대열을 이탈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날갯 짓을 한다. 한 마리 대장 기러기를 따라 가는 기러기 떼는 질서 정연하고 평화롭다. 장유유서의 대열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기침 한 마디가 집안을 평정케 하는 시절이 우리들에게는 있었다. 그 때는 부부가 이혼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던 시절이다.

셋째 기러기는 정조가 있다. 한번 짝을 맺으면 한 쪽이 없어져도 평생을 수절한다. 요즈음은 수절은커녕 짝이 있어도 더러는 외도를 하고 즐거움을 주는 또 다른 짝을 찾는다고 한다. 만물의 영장인 최령한 인간이 미물인 기러기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혼례로 부부의 인연이 맺어지면 예를 평생 지켜야 부부지간이 무난하다. 모든 것을 다 터서 허물없는 사이라 해서 부부가 서로 함부로 한다면 가정이 무너지기 쉽다.

부부가 영원히 잘 사는 세 가지 비법은 “서로 오래 갈수록 공경심을 놓지 말 것이요, 서로 가까운 두 사이부터 신용을 잃지 말 것이, 서로 근검하여 자력을 세워 놓을 것이다”이다. 부부가 이 세 가지 신조를 잘 지켜 평생을 잘 살아 자녀들과 함께 명문집안을 이룰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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