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현

월정사 종무실장
욕심과 이기심이 넘쳐나는 세상에 무소유(無所有)의 지혜를 일러주던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셨다.

이 시대 다시 볼 수 없는 훌륭하신 스승을 잃은 것이다. 스님께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라며 일생을 맑은 가난(淸貧)의 도(道)와 맑고 향기로운 삶을 설파하셨다.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는 유언대로 법정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도 평소의 삶처럼 단출하였다.

분향소에는 그 흔한 조화도 없었으며, 관 대신 덮은 가사 한 벌과 수의 대신 평소 입던 승복을 입은 채 대나무 평상위에서 다비되셨다. 사리 또한 찾지 말라 하였다.

혹시라도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이 또한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길 당부하면서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 스님은 머리맡에 남아 있던 책을 자신의 저서에서 약속한 대로 신문을 배달하던 배달부에게 전해주도록 함으로써 약속의 소중함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또한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말씀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는 하심(下心)의 삶이 세상을 따뜻하고 평화롭게 하는 길임을 밝혀주셨다.

스님은 생존시 종교 간의 대화와 상생을 위해 종교와의 교류에도 큰 힘을 쏟았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길상사에서 봉축사를, 이에 대한 답례로 법정스님께서는 명동성당에서 법문을 함으로써 종교인들 간의 소통이 세상을 울리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스님은 글과 법문 등을 통해 평화로운 마음과 올바른 정신을 지니기 위해서는 맑은 가난을 늘 마음에 품고 있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하셨다.

스님은 ‘물소리 바람소리’라는 글을 통해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라며 마음을 비워 울림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스님의 말씀과 같이 자신을, 나아가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기 위해서는 소유욕을 버려야 한다. 소유욕은 인간 개개인의 측면에서는 고귀한 성품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세상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터전을 파괴하는 범죄이다.

텅 비우면 그 자리에 채워질 진정으로 귀한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맑은 가난의 무소유의 정신을 품어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스승이신 법정스님을 영원히 기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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