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정치부장
재밌다. 6.2 지방선거가 소낙비 내리는 무성영화처럼 심드렁하다가도 아바타처럼 3D 입체영상으로 돌변하는 등 변화무쌍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허전하다. 쫀득쫀득한, 도민들의 입맛을 돋우는 무언가가 빠졌다. 후보들의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 도지사출마를 공언했던 한나라당 후보 8명이 공천을 신청했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 이어 민주당도 곧 후보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각 당의 시장 군수와 도의원, 기초의원의 면면도 부각됐다.

이젠 공천 경쟁에 이어 본선만 남았다.

‘가면의 정치’를 주제로 펼쳐진 첫 편은 실망스러웠다. 몇몇 주연들은 예고편 성격의 첫 편에서 지방자치가 어떻게 실종되는지 온 몸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별 재미는 없었다.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짜증만 키웠다는 평가이다. 꼭 도둑맞은 무언가를 확인하는 느낌. 확인된 건 지방자치의 ‘실종’이었다.

이어지는 속편은 어떨까?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어떤 즐거움을 줄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라는 속설이 뒤집혀 질 수 있을까?

유권자들은 무척 괴롭다. 속편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지켜봐야하고 논평을 내야 한다. ‘책임과 의무’라는 덫에 걸린 민주주의의 속성 탓이다. 그러나 얄궂다. 속편의 줄거리가 관람객의 예상을 뛰어넘지 못할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어떤 후보는 샛길로 접어드는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지방자치와 지방정책을 논하기도 전에 엉뚱한 이야기로 유권자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지방선거는 ‘선거 또는 후보’라는 뼈대에 ‘정책’이라는 살을 붙여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걸 맞는 정책과 논쟁, 격론이 속편의 재미를 더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책보다는 이미 알려진 이름에 촛점이 맞춰지고, 유권자나 후보자들도 이를 토대로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야권은 그런대로 살을 붙이고 있다. 화두도 던졌다. 민주당은 ‘하나 되는 강원도, 힘 있는 강원도’를 내세우며 교육, SOC 등 각 분야에 걸쳐 정책을 내 놓았다. 정책 이슈를 선점해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후보별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당 차원의 통일성은 약해 보인다. 입지자들이 몰린 탓에 당은 한바탕 공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책선거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당연히 후보자간 불협화음이 들린다. 원초적 공방도 이어진다.

여기서 묻고 싶은 이야기 하나. 광역과 기초단체장 자리는 ‘정치적 자리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단체장 자리는 정치적 자리가 아닌, ‘집행적 자리’에 더 가깝다. 무언가를 집행하려면 정책이 있어야 한다. 정책이 없다면 무엇으로 도와 18개 시·군을 가꾸고, 살찌울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을 보고싶어 하는 이유이다.

선거에 관심이 많건 적건 도민들은 선거를 통해 강원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이번 선거에 스펙터클한 장면이 없고, 거대한 화두가 없다 해도 정책은 정당과 후보자의 몫이자 책임이다.정책이 없다면, 죽은 제갈공명과 산 사마중달이 맞붙은 ‘오장원 전투’와 뭐가 다를까? 21C판 오장원 전투는 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는 정책이 주인공이다. 엉뚱한 이야기로 지방선거를 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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