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 근

속초시노인복지관 관장
어느덧 기나긴 겨울은 지나고 초봄을 알리는 노오란 산수유가 설악산에도 피었다. 하루가 달리 녹아내리는 그 많은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움이 곧 틀 것만 같다. 힘찬 계곡물 소리는 봄을 알리는 또 하나의 자연의 섭리로 마음에 다가온다.

이제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추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는 이 사회 누구에게나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제 노인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닌, 눈앞에 닥친 나와 가족, 그리고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절감해야 할 때이다. 고령화 사회의 질병과 빈곤, 소외 등의 문제들과 이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노인문제와는 또 다른 신 노년문화가 대두되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많은 장점들이 내포하고 있고 어르신 스스로도 사회가 변화되면서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나면 60세에 은퇴한다고 했을 때 은퇴 후 40년이라는 시간을 여가로 보내야 한다. 이러한 긴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내느냐는 어떻게 살아왔느냐 보다도 어쩌면 더 큰 의미를 부여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여가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여가의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처음 복지관을 개관하여 운영할 당시 어르신들께서는 복지관에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그저 무료로 식사를 하고, 잠시 놀러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찾아오신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노후생활을 위해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보고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 회원이 약 3000여명에 가깝고, 하루 평균 500~600여명의 어르신이 이용하며 사회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만 해도 약 500여명이나 된다. 이렇듯 깊게 파인 주름살만큼의 연륜과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반조하게 된다.

아름다운 끝을 위하여 노력하는 삶은 그대로가 진리이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옛 선언이 말씀하신, 지족상락 (知足常樂: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모든 것을 다 소유하고 있어도 만족할 수 없으면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쌓고 소유하려 한다. 물이 가득한 잔은 흘러넘칠 것이다. 조금만 마음을 비우고 타인을 위해 마음을 배려하면 자신이 행복할 것이다.

95세 어르신이 복지관 버스를 타고 와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또 만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오늘이란 존재의 의미 앞에 웃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늘이란 어제 이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이 그렇게도 살기 원했던 시간인데…. 오늘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으며, 현재 하고 있는 것에, 바로 오늘 여기에 만족과 웃음이 있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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