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현

오대산 월정사 종무실장
오대산에는 조선왕조의 역사와 왕실의 주요의식 및 행사를 기록한 문서인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를 근대까지 보관한 사고가 있다. 이를 오대산사고라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일역사서로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 등록 세계기록문화유산이다. 조선왕실의궤 또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유산으로서 왕실의 주요의식과 행사의 준비과정 등을 상세하게 적고 그림으로 만든 기록문서이다.

지난 8월 10일 일본 간 나오토 총리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여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오대산사고에서 불법반출한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문화재를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반환되는 조선왕실의궤 중 일본 궁내청에 소장되어 있는 오대산 사고본 41종 또한 조선왕조실록과 마찬가지로 오대산사고에 보관되어 오다가 192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것이다. 담화문과 같이 조선왕실의궤의 조속한 환국을 바라며,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본래의 가치를 발하듯 원소장처인 오대산사고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또한 2006년도 동경대학으로부터 반환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또한 제자리인 오대산사고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은 조선왕조실록 수호사찰인 월정사에서 관리해 오다 1913년 일본으로 불법반출되었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거의 대부분 소실되고, 동경대에 보관되어 온 47책이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의 노력으로 2006년 환국하였다. 당시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제자리찾기 범국민운동본부’가 구성되어 반환된 실록이 원소장처인 오대산사고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강원도지사가 문화관광부장관으로부터 오대산에 실록을 보관해야 한다는 긍정적 답변을 얻어내었으며, 월정사에서 개최된 ‘조선왕조실록 환국 국민 환영식 및 고유제’에서 문화재청장은 실록을 보관하기 위한 전시관 건립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이를 믿고 기다렸지만 반환된 실록은 아직까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2006년 당시 반환된 실록 오대산본에 대해 문화재청은 3년간 디지털작업, 연구 조사, 영인본 제작 등을 이유로 규장각에 임시 보관키로 하고, 3년 후에 소장처를 결정하겠다고 하였으나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또한 규장각은 반환된 실록 각 책에 ‘서울대학교 규장각도서지인’이라는 도장을 함부로 찍어 문화재청에서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였으나 이후 흐지부지되었다.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만큼 정부에서 오대산 사고를 복원한 취지에 따라 조선왕조실록 및 왕실의궤 오대산본이 원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의궤의 반환에 맞춰 강원도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민족문화유산인 실록 및 의궤가 제자리에 올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강원도민이 더욱 분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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