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섭 영서본부 차장
“대외비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최전방 군부대에 전화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기자가 전화를 한 곳은 다름아닌 구제역 신고를 접수받는 강원도가축위생시험소 남부지소였다.

원주 문막읍에서 발생한 구제역 의심증상이 양성판정을 받은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3일 오후 원주지역에서 또다른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도가축위생시험소 남부지소에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건 ‘대외비’라는 말뿐이었다.

가축위생시험소의 역할은 구제역 발생시 방역과 타 지역으로의 확산 방지다. 따라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농가를 벗어나지 않도록 방역 차단을 해야 하고 구제역 발생을 주위 농가에 전파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도가축위생시험소 남부지소는 ‘대외비’라며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더구나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곳은 원주시 가현동에 위치한 도내 최대의 축산물 처리장인 강원LPC로 도가축위생시험소 남부지소 사무실도 같은 건물에 있다.

가축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도 소속 기관이 축산물을 처리하는 사기업 건물에 입주해 있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안가지만 사무실이 있는 축산물처리장에서 발생한 의심신고를 ‘대외비’라는 이유로 감춘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낮에도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혹한 속에서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구제역 사태가 확산일로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보여준 일부 공무원의 감추기식 대응은 축산농가에 도움이 안될뿐더러 시대에도 뒤떨어지는 구태의연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kees2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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