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운

불교태고종 강원교구종무원장

춘천 석왕사 주지
옛이야기나 동요, 민화, 동시 등에서 토끼는 조그마하고 귀여운 생김새와 놀란 듯한 표정에서 약하고 선한 동물, 그리고 재빠른 움직임에서 영특한 동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理想世界)를 꿈꾸어 왔다.

장자 남화경에는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옛날 중국에 한 농부가 살았는데 이 사람이 어느 날 일을 하다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옆 산에서 무언가에 쫓기던 토끼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더니 그만 옆에 세워둔 쟁기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는 것이다.

이 일로 토끼를 공짜로 얻게 된 농부는 그때부터 일은 하지 않고 쟁기를 세워둔 채 토끼가 와서 머리를 박을 때만을 기다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행운을 얻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꿈같은 일이요 삿갓을 받치고 앉아 홍시가 떨어져 입에 들도록 기다리는 것과 같은 허망한 꿈인 것이다. 간혹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현실의 결과가 과거의 인과임을 아는 이라면 그러한 요행을 바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우리 민담에도 토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별주부전에 보면 ‘토끼가 간을 바위에 널어 말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김춘추가 백제에서 간첩으로 붙잡혀 끌려가 옥고를 치르다 뛰어난 계책으로 풀려나게 된 설화가 바로 이 별주부전의 한 대목과 상통한 내용이다. 이는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토끼처럼 영특한 꾀를 낸다면 어려운 난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즘 긴장국면에서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 문제와 아울러 정치, 경제, 특히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때에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토끼는 부모에 대한 효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예부터 부모 앞에서 추는 효도무(孝道舞)는 두 손으로 토끼 귀 모양을 하고 깡충깡충 뛰면서 부모에게 업히는 춤을 말한다. 토끼는 인간의 생활 속에서 매우 친근한 동물이었다. 그 예로 토소진(兎小盡)을 들 수 있다. 토끼털처럼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하는 말이며 수학으로 치자면 무량수(無量壽) 쯤에 해당하며 무량수를 토끼의 털에 비유해 지칭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과 친한 동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금도 혹자들은 우리나라가 토끼의 형상에 비유하면서 “약해 빠진 토끼의 모습이 아니라 아시아를 떠받치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이라고 반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땅 모양이 달 속에 비춰지는 토끼 모양의 계수나무라고 말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모습이 우주를 축소해 달에 투영된 모습이니 바로 한국의 영원 상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겪었던 전쟁과 불행한 역사들도 이와 같은 이치에서 생겼다고 할 수 있는 팔만 사천 가지 망상과 잡념은 백팔번뇌로부터 시작되었고 이 백팔번뇌는 무명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도리를 알고 우리 모두 2011년도 신묘년에는 무명업보를 타파하고 각자 맡은바 책무를 소홀함이 없이 실행하여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원만하게 형통하여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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