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승노

화천늘사랑침례교회·목사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지난 11일 오후 1시 15분쯤, 경기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탈선 사고 원인을 ‘너트 한 개가 KTX 탈선 시켰다’, ‘KTX 탈선, 7㎜ 너트 하나 때문에’란 등의 제하로 신문과 방송이 일제히 ‘작은 것’에 대한 부주의와 방심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 올 수 있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위협할 수 있는가를 크게 경각시켜 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큰 잘못 큰 실수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철저하면서도, 작은 것에 대하여는 너무나 관대하거나 무관심하고 쉽게 망각한다.

요즘 자주 일어나고 있는 대형 산불도 실은 작은 성냥개비 하나가 원인이거나 담뱃불에서 기인하는 것이 많건만, 우리는 해마다 똑같은 재난과 위험을 반복하여 경험하고 있다.

구제역만 해도 작은 것에서의 발단이 큰 화를 입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시골 길에서 운행하기 좋은 2002년식 갤로퍼Ⅱ, 중고차를 구입, 운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정초, 운전석 뒤쪽의 후륜이 펑크가 나서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수리를 마치고 운행 중 요란한 잡소리를 듣게 되었다.

마치 머플러(소음기)가 터졌을 때에나 들을 수 있음직한 아주 시끄럽고 불안한 소리였다.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하부를 아무리 살펴봐도 손상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 운행을 하기만 하면 계속 그 소리가 그치지 않고 따라오는 것이, 불안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펑크를 수리해 준 그 정비 업소를 찾았다.

나는 내차의 정황을 이야기하고 살펴봐 줄 것을 부탁했다. 친절하게도 정비업소 직원은 차를 살피고 점검하였으나 쉽사리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지, 직접 차를 몰고 나가 시운전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운전석 뒤 후륜, 먼저 펑크였던 그곳 휠 너트(wheel nut)가 있는 곳의 커버를 벗기는데, 거기에는 휠 너트 6개 중 3개가 풀려서 떨어져 있고, 나머지는 손가락으로 돌려도 쉽게 돌아 나오다가 반대로 돌리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곳이 시끄러운 소리의 진원지였다.

이 소리는 위험을 알리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고의 소리가 되었다. 깜짝 놀랐다. 나는 자동차구조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상식만으로 짐작하건대 만약 휠 너트 6개가 다 풀려 휠이 허브(hub)에서 분리돼 튀어나오고, 그 때에 따라오는 차가 있었다면 사고로 연결 될 것이 명백했다. 바퀴 빠진 차는 균형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을거라고 상상하니 아찔하여 진땀이 났다.

그런데 정비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공구를 가져다 휠 너트를 조이고 벗겨 놓았던 커버를 역순으로 덮고는 ‘다 됐습니다’ 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곳으로 갔다. 나는 의아했다. 적어도 이쯤 되면 왜 그런 소리가 났고, 그냥 그대로 운행을 했으면 어찌어찌 할 뻔했는데 참 다행이라든지, 아마도 종전에 한 작업 과정에 본의 아닌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서 참으로 미안하다든지, 아니면 ‘자동차 정비 좀 잘 하구 다니시라’고 핀잔을 해 주던지, 무슨 이야기가 있어야 할 법 같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간 것이었다.

작은 실수에도 책임을 질 줄 알고,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성의가 요구된다. 이것이 민주시민의 의식이 아닐까. ‘너트 한 개가 KTX 탈선시켰다’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작은 것’에 대한 경각의 아쉬움이 더욱 새삼스럽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