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정파적 이익보다 강원 미래에 투표를

▲ 강병로 정치부장
4·27 도지사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요즘 속내는 씁쓸하다. 자존심도 상한다.

우선 후보자를 띄우는 각 당의 방법부터가 못마땅하다.

여야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가 이번 4·27 재·보선의 핵심이고, 내년 총선·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강원도는 없고, 정파적 이해만 난무하는’ 모양새다.

도지사 보궐선거가 확정된 후 각 정당은 다양한 후보군을 쏟아냈다.

‘강원도에서 일한 경험’과 ‘중앙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고 있는 도민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원도와 연고가 있는 유명인사는 모조리 무대 위에 올렸다. 유명세를 잣대로 철저히 ‘당선 가능성’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전 총리를 포함해 전직 부총리와 장관, 경제수석 등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판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여야가 눈독을 들인, 그들 대부분은 ‘출마하지 않는다’며 발을 빼 공천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3선 임기를 마친 전직 도지사의 재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대법원 판결로 도지사직을 잃은 전직 지사의 부인까지 후보로 거론되자 도민들은 씁쓰레 했다.

반면 강원도에서 일한 경험을 내세워 ‘강원도를 위해 열심히 뛰어보겠다’는 입지자들은 초경량급으로 매도당하며 관심 밖으로 내몰렸다.

한 입지자는 중앙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입지자는 “도대체 중앙정치권이 강원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일해 보겠다고 나선 입지자를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인지도와 유명세를 잣대로 후보를 선택한다면 차라리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들린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40대 유권자는 “도지사 선거는 강원도의 미래 비전을 밝히고, 강원도가 나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중앙정치권의 꼭두각시를 뽑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 공무원은 “도지사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매달리고, 따지고, 설득해서 예산을 따와야 하는 자리”라며 “머슴 중에서도 상머슴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도민들을 위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릴 수 있는 용기를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는 정치공학적으로 큰 상징성을 갖는다. 2011년 총선과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데다, 민심의 향배를 파악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선거 승패에 따라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공학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건 이번 선거가 강원도와 도민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이 계산하는 눈앞의 이익보다 강원도의 미래와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가 강원도의 미래를 논하는 장이 아닌, 정파적 싸움터로 변질되는 건 끔찍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런 쪽으로 흐르고 있다.

도민들이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 이유이다.

지역 기여도나 마인드 없이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출마하거나, 강원도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나 명분도 없이 떠밀려 출마하는 후보는 2018 동계올림픽 유치 등 대형 현안이 산적한 강원도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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