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현

신철원감리교회 담임목사
내 가까운 이웃에 닭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아들을 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제 30세를 갓 넘은 그 아들은 여름의 삼복더위 때도 온 국민이 먹다시피 하는 삼계탕은 물론 젊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튀김 닭까지 먹지 않아 군대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먹이려고 해도 유치원 때부터 몸에 밴 오랜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남의 집 아들 이야기지만 왜 그 집 아들은 닭고기를 먹지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남들이 다 먹는 닭고기를 유독 그 집 아들만 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학을 전공한 교육자는 아니지만 평생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온 필자로서는 분명 쉽게 넘어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콩과 파를 제일 싫어하고 심지어 김치까지 잘 먹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젊은 아기 엄마들에게서 들어본 적은 있다. 그러나 닭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독수리가 새끼를 양육하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알을 낳을 곳을 선정하는 것부터 새끼를 키워 세상 밖으로 돌려보내는 것까지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어린새의 성장 과정에 따라 먹이의 크기가 달라지고 결국 날갯짓까지 가르쳐 세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독수리로 만들어 독립시키는 독수리의 훈육 과정이 생생히보도되었다.

닭고기 문제가 머릿속에 남아 있던 때라 독수리의 훈육과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만약 독수리 어미가 새끼에게 닭고기를 먹지 않는 새로, 편식하는 새로 키웠다면 그 새끼는 장차 어떻게 험한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결과는 뻔할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편식하는 어린 독수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어미 독수리가 어린 독수리들을 강하게 키우는 교육과정이야 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회에서는 자녀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 중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한다. 하나님이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 즉 그 아이가 이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잠시 맡고 있을 따름이다. 맡고 있는 동안 우리는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요즘 엄마들은 그 정성이 너무 지나쳐 다 자라서도 세상 속으로 씩씩하게 날아가지 못하는 독수리 새끼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비록 미물이지만 우리는 동물의 자녀교육 모습을 타산지석이 아니라 자녀교육의 교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독수리가 어린 새끼를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떨어뜨리는 그 장면을 젊은 엄마들은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미 독수리가 용감하게 밀어붙이는 결단이 없이 계속 끌어안고 있다면 그 새끼는 나중에 닭고기를 먹지 않는 유일한 독수리가 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부모들에게 고한다. 우리의 자녀를 씩씩하게 창공을 날아다니는 하늘의 제왕으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닭고기를 먹지 않는 나약한 우리 안의 독수리로 키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