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행 스님

월정사 부주지
나는 오늘 아침 약탈 당한 한국의 역사와 정신을 145년 만에 귀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움을 느꼈다. 또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 반환에 대하여 각종 언론 매체와 함께 인터뷰를 요청받아 봉행하면서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할 실록과 의궤를 생각해 보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수탈한 조선왕실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6개월 내의 이 기간이 왜 이리 길고도 먼지요! 문화는 그 시대의 정신과 혼이며 역사는 그 시대의 거울이며 자화상인 것이다.

프랑스에 의해 약탈 당한 지 145년, 소재가 확인된 지 36년, 협상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외규장각 의궤 전체가 국내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일본 8권을 포함한 외규장각 의궤 1차분 75권은 14일 인천공항에 도착, 세관 통관 절차 등을 거쳐 무진동 특수차량에 실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5월말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돌아오는 의궤 190종 296권은 프랑스가 병인양요(1866년) 때 강화도 왕실도서관인 외규장각에서 약탈해 간 것이다.

외규장각은 정조가 즉위하면서 설립한 학술기관 규장각의 도서 중 영구 보존의 가치가 있는 책들을 별도로 보관한 외곽 서고로 1782년(정조6년) 2월 강화도에 설치됐다. 외규장각에는 역대 왕의 글과 글씨, 어람용 의궤 및 주요 서적, 왕실 관련 물품 등이 보관돼 있었다. 철종시대 외규장각 소장 도서 수량은 약 6000권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이 중 의궤는 ‘의례의 궤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으로, 국가의 주요 의례 절차와 내용을 정리한 문서다.

국가의 주요 행사에 대한 모범적인 전례를 만들어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이를 참고해 예법에 맞게 의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 번에 5∼9부가 만들어졌고 왕에게 직접 올리는 어람용 1부와 춘추관과 지방의 사고에 보관되는 분상용으로 나뉜다. 외규장각에 보관됐던 의궤는 분상용보다 고급스럽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어람용 의궤가 대다수이며 국내에 없는 유일본도 많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또 돌아온 의궤는 원칙적으로 소유권이 프랑스에 있기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등록대장’과 ‘유물등록카드’에는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등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1993년 당시 임대 형식으로 반환 받은 ‘휘경원원소도감위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으나 도서등록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의궤는 5년마다 대여 기간을 갱신하도록 돼 있지만, 프랑스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항의할 수단도 없다. 금번 프랑스의 외규장각 도서 귀환과 같이 조속히 왕실의궤의 귀환과 금번 동일본 지진의 조속한 복구와 사망한 영가들의 왕생극락을 불전에 기원드리며 월정사 새벽의 심검당은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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