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세훈

화천 원천감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3월 9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예년과 같이 2011년 세계 갑부 순위를 발표했다.

1위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통신업체인 텔맥스 텔레콤의 회장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2위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 그리고 3위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워렌 버핏(Warren E. Buffett)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세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위 자리를 주고 받고 있다. 이 중 필자가 주목하는 이는 바로 워렌 버핏이다. 세계 경제를 분석하여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탁월한 능력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그 능력보다 더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그의 기부정신이다.

그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부자는 자신에게 신탁된 재산을 관리하라는 소명을 받은 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부자는 단순한 수탁자에 불과하며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에 주목하여 돈을 잘 버는 일뿐 아니라, 돈을 선하게 사용하는 일, 즉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기부하는 일에도 열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특히 그의 기부방법은 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예처럼, 자기 자신이나, 기업의 이름으로 재단을 따로 만들지 않고, 열성적으로 자신의 소유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열심인 빌 게이츠 부부가 만든 재단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물었다. ‘왜 재산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당신이 하는 것보다 그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잘 준비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는가. 골프 게임에서 위기에 닥쳤을 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선택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즉 자신은 돈을 벌어들이는 일에는 결코 빌 게이츠보다 못하지 않지만,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을 때 그것을 운용하여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돋우는 일에는 자신보다 빌 게이츠가 훨씬 더 탁월하다는 말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2006년 6월 26일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 때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밝힌 언급에서도 잘 나타난다.

“돈을 책임 있는 곳에 기부하는 것이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워렌 버핏이 미국을 움직이는 주요한 인물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바로 기부에 대한 열성뿐 아니라, 기부에 대한 이런 겸허한 자세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 2일부터 10일까지 도내 교사, 공무원들과 함께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준비한 성금으로 월드비전 일행과 아프리카 대륙의 잠비아에 만들어진 보건소, 학교를 방문했다. 그리고 40m 깊이의 우물까지 설치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 우물터에서 만난 여인들, 보건소에서 만난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눈빛에는 지구 건너편 대한민국 강원도의 이름 모를 사랑의 손길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배어 있었다.

기부, 그것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베풂이 아니다. 그것은 동등한 위치의 나눔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빌려 쓴 것을 이제는 제 자리로 되돌림일 뿐이다. 그래서 기부는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필자는 워렌 버핏의 기부 정신도 좋아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인심과 인정을 잊지 않고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을 멋있게 발휘한 강원도민의 위대함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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