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검 우송 스님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양력 5월은 실로 ‘감사의 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잇달아 이어집니다.

음력 초파일인 5월 10일은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오신, 참으로 뜻 깊고 감사한 날입니다. 부처님은 인생의 번뇌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주셔서 고맙고, 자식과 부모, 그리고 부부는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또 선생님들은 늘 따뜻한 손길과 가르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은 참으로 복되고 행복한 삶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미움을 경계하여 이르시길 “미움 속에 살면서 미워하지 않음이여, 내 삶은 더없이 행복하여라. 사람들이 서로서로 미워하는 그 속에서 나만이라도, 나 혼자만이라도 미워하지 말고 바람처럼 물처럼 살아가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을 감사하며 살아가면 내가 받은 만큼 남에게 돌려주려는 자비심이 절로 생겨나고, 남보다 먼저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의학 단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행복점수가 100점 만점에 낙제에 가까운 68.1점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민 4명 중 1명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스트레스는 자신의 마음을 잡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번뇌의 뿌리가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끊임없이 치고 있는 물결’로 비유하면서, 감시하고 다스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은 늘 땅바닥에 내 던져진 물고기처럼,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발버둥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잘 다스려진 마음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 만큼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 마음입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생겨나는 스트레스를 제때 극복하지 못하면 분노가 쌓이게 되고, 분노가 쌓이면 우발적인 행동으로 나타나 사회적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것을 풀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최근 모 일간지가 사회적으로 이 같은 분노의 표출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특집 시리즈를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이 특집에 참여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사람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분노를 무분별한 행동으로 분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감사의 달’ 5월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선 내 주변을 둘러보면서 내가 대화를 나누고, 감사를 표해야 할 대상을 찾는 일입니다. 감사할 사람을 찾으면 분노는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서,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면 더없이 뜻 깊은 5월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께 무량한 감사를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근본적인 번뇌와 고통의 원인을 밝히시고, 그것의 뿌리를 제거하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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