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은

서울본부 정치부 기자
정치인에게 큰절은 때론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조계사에서 108배를 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광주에서 삼보일배를,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 의원은 노인 폄하발언 후 범어사에서 9배를 했다.

이들은 큰절의 형식을 빌려 민심에 진심을 호소하는 등 나름의 목적을 이뤘다.

새삼 정치인의 큰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동계올림픽 평창유치 후 지난 6일 오후 남아공 더반에서 도출신 국회의원의 대통령에 대한 큰절 때문이다.

유치과정에서 최전선에 섰던 이명박 대통령은 유치 확정 후 유치위 숙소인 리버사이드 호텔로 달려갔다. 평창과 강릉주민 500여 명과 유치위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승리를 축하했고, 리셉션장은 강원도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순간 행사장에 있던 권성동(강릉)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넙죽 이 대통령에게 큰절을 했다. 그의 지역구는 올림픽 개최지인 강릉이다.

12년 염원을 이룬 만큼 유치전에 앞장섰던 이 대통령에게 감사의 표시로 큰절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도민들과 유치위 관계자 등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고 귀국 후에도 권 의원의 큰절은 여의도 안팎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자는 권 의원의 선의를 믿는다. 하지만 국민을 바라보기보다는 최고 권력자만을 해바라기하는 정치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제스처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올려놓기 식’ 볼썽사나운 정치 행태와 권 의원의 큰절이 겹쳐져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pj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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