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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움직이는가

편백운 2011년 10월 07일 금요일
   
▲ 편백운

불교 태고종 강원교구종무원장

춘천 석왕사 주지
“마음은 하나이지만 그것은 두 개의 다른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마음의 실재인 진여문(眞如門)이요, 나고 없어지는 현상의 것이라.”

긴 밤의 꿈을 달빛이 흐트러뜨린다. 창밖의 앙상한 가지에 걸려 있는 하얀 달빛이 얼굴을 어루만져 눈이 떠졌는가. 눈을 가만히 떠보니 시간은 이미 삼경을 넘어서고 열하루 달은 서쪽으로 이미 기울어 서창(西窓)을 밝히고 있다. 달빛은 하늘에 자국을 남기지 않았고 바람도 허공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데 간밤에 잠을 깬 내 마음엔 시간이 어디쯤을 여행하고 있으며 무한한 공간 어디쯤에 있는 것인가. 문득 내가 있는 지금 이 자리가 차츰 아득해진다. 이런저런 망상에 잠은 차츰 멀리 도망가 버리고 육조혜능 선사의 일화에 생각이 미쳐 <육조단경>을 꺼내어 들었다.

혜능 선사께서 하루는 생각하니 법을 펼 때였다. 드디어 피난살이에서 벗어나 중국 남부 광주 법성사(法性寺)에 이르니 거기는 인종(印宗) 법사가 있어 열반경을 강하는 중이었다. 그 때 마침 바람이 불어와서 깃폭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 하고 한 스님은 “깃폭이 움직인다”하며 서로 다투고 있었다. 스님께서 그것을 듣다가 “그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폭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당신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일세”하니 온 대중이 놀래었고 인종법사는 혜능스님을 윗자리로 청하여 여러 가지로 깊은 뜻을 물어 보았다. 이것이 유명한 육조스님의 풍번이라 한다.

<대승기신론 大乘起信論>에서는 현상과 실재에 대하여 이렇게 설하고 있다. “대승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마음은 하나이지만 그것은 두개의 다른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마음의 실재인 진여문(眞如門)이요, 나고 없어지는 현상의 것이라 이것은 사물과 현상을 각각이 총체로서 보는 것이지만 또한 사물과 현상을 함께 포괄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개념으로만 구분될 뿐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이것을 <육조단경>에서는 다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선지식들이여! 정(定)과 혜(慧)는 무엇과 같은가? 등불과 그 빛과 같으니라. 등불이 있으면 곧 빛이 있고 등불이 없으면 빛이 없으므로 등불은 빛의 몸이요, 빛은 등불의 작용이니 이름은 비록 둘이나 몸은 둘이 아니니, 정과 혜의 법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니 빛과 등불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와 달이 항상 밝으나 구름이 덮여서는 그것의 밝음을 긴히 알 수 없을 뿐이다.

육조혜능선사(638~718)는 당 태종(太宗) 정 12년 중국 최남부 지방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를 잃고 소년시절부터 나무 장사를 하여 늙은 어머니를 효성으로 봉양했다. 교육은 별로 받지 못했지만 그 마음은 진실하였다.

어느 날 시장으로 나무를 팔러 가다가 탁발승의 독경하는 소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듣던 중 “응당히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應無所住而生其心)”라는 구절에 홀연히 마음에 느끼는 바가 있었다. 독경한 스님에게 “무슨 경이냐.”고 물으니 “금강경”이라고 하여 금강경 배우기를 간청하여 자기가 조금 전 듣고 느낀 바의 심경을 이야기 하니 탁발승은 황매산 오조(五祖) 홍인대사(弘忍大師)를 찾아가라고 소개해 주었다. 어머니를 편히 모신 뒤 홍인대사를 찾아가 뵈옵고 예배하니 “네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러 왔는가?”하고 묻자 영남 신주에서 오직 깨달음의 법을 구하러 왔다하니 영남인은 오랑캐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는가 하였다. 이에 젊은이는 “사람은 남쪽, 북쪽이 있지만 불성(佛性)에야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라고 답하였다.

동경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양해(梁楷)라고 하는 남송대의 화가 그림인 <육조재죽도 六祖裁竹圖>에서는 대나무를 내려치고 있는 육조혜능스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대나무는 선사의 도끼에 의해 단박에 쫙 갈라질 것이고 이것을 선사께서 설한 돈오(頓悟)에 비유한 것이다.

고금의 그림을 그리는 자들은 그림 속에 진리를 담아 전하였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일이니 바람에도 달빛에도 그저 그 자리일 뿐 흔들리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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