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호

춘천 동부교회 목사
평화롭기만 한 노르웨이 우토야 섬에서 한 테러범인의 총기난사로 약 93명이 사망을 했다.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테러였다. 이 사건의 용의자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로서 다문화주의를 증오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한 마디가 더욱 충격적이다. “가부장적이고 단일 민족을 유지하는, 다 문화사회에 배타적인 한국과 일본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국제적인 칭찬을 하였다. 테러범이 지적한 대로 우리 사회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대우, 피부색에 따른 차별성,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성 나아가 장애우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감사한 일인지 슬픈 일인지 몰라도, 요사이 장애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 때문이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장애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성폭행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관객 350만을 넘어서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의 흥행은 그 이상의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경찰은 사실상 재수사에 착수했고 국회는 소위 ‘도가니 방지법’ 입법 논의에 들어갔다. 정치인들도 앞 다퉈 이 사건에 대해 논평을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필자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누군가가 “목사님”하고 부를까 염려하였을 정도이다. 그 이유는 영화에 가해자로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애학교’교장실 벽엔 십자가, 그리고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라는 성경 구절의 액자가 걸려 있었으며 그들이 입은 양복 깃에는 금색 십자가가 달려 있었다. 그 가해자가 구속되자 그를 옹호하는 성도들이 성경 구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찬송을 부르고 법정에서도 마찬 가지의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내용은 달라도 세간에 화제가 됐던 ‘밀양’이라는 영화와 같은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가 발표될 직전 교단 총회가 “그리스도인 세상의 소금과 빛”이란 주제로 개최되었다. 신앙인들이 이 사회에 ‘소금과 빛’이 되자는 중요한 구호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구호를 외치고는 있지만 사회에는 그다지 영향을 못 주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에 비하여, 한 사람의 감독이, 한편의 문화 콘텐츠가 기독교의 구호보다도 더 강력한 문화적 힘을 보여준 것이다.

독일의 한 교회에 갔더니 중증 장애우와 비장애우들이 통합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목사님이 예배 시작 무렵 한 중증 장애우에게 예배의 시작을 위해 강단에 촛불을 점화하게 하였다. 그가 몸을 어렵게 움직이며 강단으로 나오는 시간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조금은 답답한 시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기다리며 같이 예배하기를 원하였다.

돌아가신 장영희 교수의 “같이 놀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학원 앞에 10살쯤 되어 보이는 중증 장애아동이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학원을 들어가다가 이 아이를 보고는 가방으로 툭툭 치면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는데 학원 교사로 보이는 젊은 여교사가 아이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들어가자며” 학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면서 중증 장애 아동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다. “여기서 놀면 안 돼” 같은 날 장 영희 교수께서는 TV 쇼를 보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가 진행하는 쇼였는데 여기에 아동문학가 한 분이 출연하여 들려준 이야기이다.

한 여자 아이가 이사를 왔는데 그 마을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탐이란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사 온 여자 아이가 탐이 휠체어를 타면서 공을 갖고 노는데 공놀이도 잘 못하고 어색한 행동을 하니까 “엄마 저 아이는 왜 저래” 묻자, 그 엄마가 “너 저 아이와 놀아보렴 네가 수학을 잘 못하듯 저 아이도 못하는 것이 있어. 너와 똑 같아” 그 말에 여자 아이가 탐에게 가서 “같이 놀래” 하며 서로 즐겁게 놀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영희 교수는 본인이 어려서 소아마비로 인하여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살아오면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 “같이 놀래” 이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우와 비장애우 그리고 이주민들과 “같이 놀래”하는 사회가 될 때 ‘자애학교’에도 밝은 웃음소리가 들릴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