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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生)

성민 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 성 민

홍천 백락사 주지 스님
갑자기 오는 겨울은 없습니다.

무서리 내리고, 낙엽은 구르고, 나락이 들판에서 사라지고 나면 문득, 첫 얼음이 얼고 그리고 어딘가 첫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겨울 초입, 준비해야 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시래기 엮어 응달에 매달고, 김장하고, 메주콩 확보하는 것들이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겨울이 넉넉한 이유는 이런 것들이 준비되었을 때입니다.

그러나 어느 겨울부터 빈부분의 공허함이 유별한 것도 나이 탓인가 돌아보면 세월 앞에 놓여진 속살처럼 많은 이별들이 쉬이 잊혀지지 않고 두고두고 기억을 휘둘러 놓는 겨울이 왠지 힘들어 지는 것은 저만의 문제인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간관계. 사랑하는 것이 변하니? 하고 물었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먹고 입고 숨 쉬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고 내가 몸부림치며 지키고 싶었던 아름다움은 무언지 자꾸 자신이 없어집니다.

왜 이리 움츠러드는 것일까요? 부조리에 저항하기에는 나의 모순이 먼저 눈에 띄고 멘토의 삶을 살고 싶기에는 늦어버렸다는 자괴감, 마음을 나누고 싶은 표현은 새삼스럽게 소심해지고 용기를 내어 자신을 털어 놓아 보는 공간은 자신을 학대하는 악순환.

그때가 겨울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이별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안타까운 현실.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 자기 앞의 삶에서 통과의례로 우리는 삶을 지탱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지나고 보면 저는 조금씩 성숙해 있었고 눈물과 반성이 변명보다 앞선 표현이었기에 겨울을 견디려고 했습니다.

당신이 주었던 베풂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 운명이란 것이 생(生)의 바탕 위에 놓여진 물감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에 저의 빛깔도 겨울이면 환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가난과 불의 그리고 운명도 이 겨울에서 비껴나 있었음 좋겠습니다. 지난 계절의 쌓여짐으로 겨울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소수의 대상자가 아닌 그냥 겨울을 맞이하는 모든 생명들이 그 많은 수고로움과 힘듦을 놓아버리고 자연 그대로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음 좋겠습니다.

내가 준비한 월동의 준비들이 온전히 마음 편치는 않을 세상살이 앞에 국가와 이웃이 마음을 나누면 좋겠다는 바람 위에 겨울나무의 빈가지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모모가 전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의 생은 겨울에도 겨울이 따듯한 풍경으로 갈음했음 좋겠습니다. 당신의 아픔 때문에 저의 마음이 슬프고 당신의 따듯함 때문에 이리도 신나는 겨울이 당신 앞의 生이기를 축원합니다.

부디 고달픈 삶도 의미 있다고 이야기해주세요. 당신만큼이나 저도 힘들지만 당신 때문에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참 고마운 인연이었음을 저는 영원히 기억합니다.

이 겨울에 <자기 앞의 생>이 무언지 다시 돌이켜 봅니다.

또 봄을 기다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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