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왜 숟가락을 안 쓰나? 과거 일본인들은 조밥에 쌀을 조금 섞은 찰기 없는 잡곡밥이나 보리밥 또는 국수를 먹어 온 습관 때문에 밥그릇을 입가에까지 들고 가 젓가락으로 쓸어 넣는 식이 더 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일본인은 남녀 혼탕이나 열탕을 좋아하나? 워낙 덥고 습한 지역에서 살았기에 늘 옷을 입지 않고 다녀 굳이 남녀가 따로 목욕할 필요가 없었고, 전국 각지에 2천여 개의 온천이 있었으므로 열탕을 즐기게 됐다고 한다. 일본의 민속학자 간자키 노리타케의 말이라 믿어도 좋다.

그러면 일본을 표방할 수 있는 문화코드는 무엇인가? 다도, 가부키, 기모노, 스모, 하이쿠, 마쓰리, 하나비 등이다. 다도(茶道)는 한적한 정취와 차분한 멋 속에서 자신을 완성해 가는 일본인의 미의식을 드러내고, 가부키(歌舞技)는 화려함과 잔혹함을 부추기는 서민적 예능이다. 야만스럽게 보이는 리키시(力士)들이 힘을 겨루는 스모에는 일본의 내셔널리티가 흐르고 있다.

이 외에 신도(神道)는 교조도 경전도 없지만 일본인의 종교다. 신사참배를 강요당한 우리로서는 국가신도만을 떠올릴 것이나 사실 신도는 범신론적인 일본인의 신앙관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빛깔을 지닌 종교다. 이와 같은 전반적 일본문화를 그것 그대로 이해해야 하겠지만, 몇 가지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천황제에 의한 히노마루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 천황제와 무사도(武士道) 정신의 결합 등.

특히 일본인들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으로 뭐든 쉽게 단정짓는 '주정(主情)적 일본론'이나 일부분을 확대시키는 '선정(煽情)적 일본론'은 조심해야 한다. 최근 이 병적 주정론이 도져 우향(右向)하던 일본이 드디어 역사를 왜곡시킨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선정적 일본문화에 심취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 일을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나?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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