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맞서 救國선봉에 선 민족주의자


임진왜란때 도술을 부리며 왜적을 굴복시킨 일화를 통해 신통력이 대단한 초인간적인 존재로 묘사된 사명당.

때문에 전설적인 인물로 인식하기 쉬우나 그는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고 진리를 실천한 수행자이며 종교인이었다. 민족이 국난을 당했을 때 분연히 의병을 일으켜 전쟁을 치른 민족주의자였으며 백성들을 전쟁과 기아, 살육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인간주의자였다. 일본을 왕래하며 포로 교환 및 전후 배상문제 등을 해결한 외교가이기도 하다. 또 당대 학자들과 교류한 대문장가로 그의 족적은 강원도와 연관이 깊다.

四溟大師 惟政(1544-1610)의 속성은 豊川 任씨, 본명은 應奎, 자는 離幻, 호는 四溟 또는 松雲, 鍾峯 등이며 시호는 慈通弘濟尊者. 법명은 惟政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지만 임진왜란때 활동상은 강원도와 연관 깊다. 그와 관련된 유적들이 강원도 고성에 집중돼 있다. 앞서 1557년 직지사 신묵화상을 은사로 득도한 사명당은 1587년오대산 월정사 중수를 위해 머물렀고, 1589년엔 정여립사건에 연루돼 강릉옥에 갇혔다가 강릉지역 선비들 상소로 풀려났으며 다음해에 월정사 중수를 마치고 5월 단오때 낙성식에 참석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사명당이 49세때인 1592년 임진왜란을 접한 곳은 강원도 회양군 금강산 표훈사에서이다.

'석장비' 등 많은 기록에 따르면 그해 6월 10일쯤 왜적이 영동지역에 많이 들어왔는데, 사명대사는 표훈사에 침입한 적을 타일러 보내고, 유점사에 이르렀을 때 문도 몇사람과 함께 필담으로 일본병을 무릎 꿇게 했다. 고성읍에 적이 주둔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즉시 제자중 10명을 거느리고 적중에 들어가서 훈계, 왜장 3인이 뉘우쳐 영동지역 9개군이 참화를 면했다는 내용이 전하고 있다.

사명대사의 위엄과 담력으로 왜적을 굴복시킨 첫 사례가 바로 영동지역 9개군을 구한 것이다.

이후 간성으로 가는 도중인 7월 중순 고성 건봉사에서 국난을 구하라는 체찰사 유성룡의 관문과 서산대사의 격문을 받는다. 이곳서 사명당은 승병의거를 일으키고 의승병을 모아 훈련을 시킨다.

이처럼 임진왜란 발발 초 건봉사에서 활약한 사명당은 13년 뒤인 1605년 건봉사를 다시 찾아 석가모니 치아사리를 봉안하는 두번째 연관을 갖는다. 임진왜란후 왜구가 탈취해간 통도사의 불치아 사리를 되찾아와 여러 절에 나눠 봉안하는 '분장'을 택했는데, 그 중 한 곳이 건봉사.

때문에 건봉사에는 사명당과 관련된 유물과 유품이 많이 소장돼왔다.

사명대사가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청동제은입사향완(靑銅製銀入絲香琓)과 건봉사 낙서암에 보관된 사명대사의 원불(願佛)은 1945년 광복 이전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왔으나 광복이후 모두 도난당했다. 이밖에 사명대사의 화상과 원불은탑과 쇠지팡이, 신발, 산호염주 각 1점와 금란가사 한벌 등의 유품이 있었으나 역시 6·25 전쟁때 절이 완전히 불에 타는 바람에 소실됐다.

건봉사에서는 1799년(조선 정조23년) 사명대사 기적비와 사명수충각, 사명비각을 창건했으며 1828년 사명영각을 건립하고 단청을 하는 등 그의 높은 뜻을 기려왔다.

현존하는 유물로 강원도관찰사 南公轍의 발기로 세워진 '사명대사 기적비'가 있으나 일제치하인 1943년 풍신수길을 설득시켰다는 내용이 쓰여진 44자의 글자를 고의적으로 삭제한 채 일본 경찰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됐다. 산산히 조각난 채 땅 속에 묻혀있던 이 기적비는 1986, 87년 고성문화원 회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유적지로는 의승군 훈련장및 의승군들이 함께 마셨다는 '장군샘' '장군수'로 불리는 샘터가 전해오고 있다.

고성군은 사명대사 선양사업과 함께 건봉사 석가모니 치아사리를 조명해 역사적 의의를 밝혀 문화재로 지정하고 관광자원으로 홍보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고성문화원은 건봉사지 국역 및 사명대사 기적비 복원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명당기념사업회(이사장 朴權熙)는 사명당의 주요 유적지로 고성 건봉사를 꼽고, 북강원도의 표훈사, 유점사 등과 연계한 통일교류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선양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朴美賢 mihyunpk@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