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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산불 1년] ′죽음의 땅′에도 새생명은 움트고ㆍㆍㆍ

2001년 04월 05일 목요일


산불 피해지에도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이 찾아왔다.

강릉 동해 삼척 고성에서 여의도 면적의 78배나 되는 2만3천448㏊의 산림을 화마(火魔)가 할퀴고 지나간 1년전 악몽의 봄이 새삼스럽지만, 영원히 생명이 조종(弔鐘)을 고한것 같던 ‘죽음의 땅’에도 봄은 악착같은 생명을 몰고 어김없이 찾아왔다.

영원히 완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자연과 인간의 상처를 더 어루만져 주려는 듯 폐허위에 꽃핀 봄은 오히려 더 찬란하다.

새봄을 맞은 동해안 산불피해지의 실상과 복구의지, 마치 맞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각 시·군의 산불예방 의지를 전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4월7일 강릉시 사천면을 시작으로 4월 중순까지 동해 삼척 고성을 덮친 초대형 산불은 동해안에서 모두 2만3천448㏊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300세대 850명의 이재민을 거리로 내몰았다.

바위가 깨지고, 나무껍질이 터져 나가는 그 열기속에서 모든 것을 잃고 온통 검은 조복(弔服)으로 갈아입은 것 같던 그 땅을 사람들은 ‘불임의 땅’이라고 불렀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송이·산채·장뇌밭이면서 풍치림과 방풍림으로 동해안 주민들의 생명을 지켜주던 보금자리가 피해림 벌채로 사라져가는 모습은 현지 주민들에게는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자연의 생명력은 재앙을 뛰어넘는 대 서사시였다.

산불 발생후 불과 100일이 지나지않아 산불피해지에 돋아난 새 생명은 땅속까지 타버렸을 것이라고 좌절했던 인간의 탄식과 한숨위에 또 다른 희망을 심었다.

고비 고사리 쇠뜨기 달뿌리풀 둥굴레 등 초본류가 상처를 덮고 떡갈나무 참나무 등 활엽수는 언제 그런 아픔이 있었냐고 되묻는 듯 끈질긴 신록을 다투어 자랑하고 나섰다.

피해림의 주인이었던 소나무 둥치에서도 파란 움이 경쟁적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유난히 많은 폭설뒤에 반가운 단골 손님 처럼 찾아온 새봄. 2만3천448㏊ 산불 피해지에서는 지금 다시 한편의 자연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다.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나무들이 대부분 잘려나가 전체적으로 이제는 아예 50∼60년대 민둥산을 방불케해 지난1년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듯 아프기는 마찬가지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화상위에 돋는 새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숯덩이로 변한 소나무 그루터기 옆에서 한껏 봄의 화사함을 뽐내는 진달래, 계곡쪽 물길을 따라 오히려 더 탐스런 버들강아지는 차라리 경외스럽다.

보금자리를 모두 태운 산불에 이어 지난 겨울 그 많던 폭설속에서도 살아남아 그을린 숲 한귀퉁이에 배설물을 남기고 간 토끼 고라니는 새생명을 전하는 전령사다.

그러나 앞다퉈 피어나는 화신(花信)도 안타까움과 걱정을 다 어루만지지는 못한다.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아카시아 등 불청객들이 새살위에 버짐이 번지듯 야금야금 피해지를 잠식하고 있고, 산불이 할퀴고 간 지표면 상당면적은 1년이 지났건만 영양실조에 걸린 것 처럼 푸석푸석 거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임업연구원 辛俊煥과장은 “삼척의 화강암과 울진의 편마암 지대는 표토유실이 심해 사막화(임간나지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생태계 또한 천적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릉시 全燦均산림녹지과장은 “지난 98년 301㏊의 피해를 입은 강릉시 사천면 피해지의 경우 약 70㏊에 대해 타용도 활용을 위해 조림을 유보한 바 있는데, 현재 그 지역은 4∼5m 이상 자란 아카시아가 ㏊당 1만본 이상 번식해 있다”며 자연복구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江陵/崔東烈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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