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법 달라도 정서 일치

북한 아리랑의 소리깔과 맛깔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 다른 음악권에서 이념과 내면의 이데올로기가 낳은 치장일지도 모른다.

사실 분단의 골 깊은 상처에 비해 아리랑만큼 민족을 연결하는 끈끈한 고리는 없을 것이다. 1989년 북경 아시안게임 단일 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에서 남북 단일팀의 단가로 아리랑을 택하면서 아리랑은 분단을 넘어서 남북이 어우러져 부를 통일의 노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1985년 남북 이산가족 교환 방문 때 평양에 간 서울예술단은 “청천 하늘에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에 수심도 많다”는 아리랑 가사를 “어두운 세월은 지나가고 희망찬 새날이 밝아온다”로 고쳐 부르며 '희망찬 새날'을 꿈꾸기도 했다.

아리랑은 살아있다. 끈끈하게 살아서 어제를 노래하고 오늘과 내일을 노래하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나라를 잃은 설움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했고, 한국전쟁 직후부터는 분단의 아픔을 줄곧 노래하며 남과 북을 이어주는 촉매 구실을 해왔다.


사발 그릇이 깨어지면은 두세 쪽이 나는데

삼팔선이 깨어지면은 한 덩어리로 뭉친다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정선아리랑 가사처럼, '깨어지면 하나로 뭉친다'는 역설은 분단의 고개를 넘어서 통일의 굳은 희망을 노래하는 아리랑이다.

남과 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날이면 아마도 국가(國歌)도 아리랑에서 나올 것이다. 그 때 부르는 아리랑, 분단의 고개를 넘어선 통일 아리랑이 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는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영천아리랑>

아주까리 동백아 더 많이 열려라

산골집 큰애기 신바람난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멀구야 다래야 더 많이 열려라

산골집 큰애기 신바람 난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줄참외 밭참외 가득 따 놓고

앞집에 큰애기 님생각하네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경상도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어절씨고 날 넘겨주소

울 넘어 담 넘어 님 숨겨주고

호박잎만 난들난들 날 속였네


만경 창파에 떠가는 배야

거기 좀 닻 주어라 말 물어보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문경 새재는 어드멘고

구부야 구부야 삼백릴세


秦庸瑄(정선아리랑연구소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