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 창성

서울본부 부국장

대한민국 헌법 제120조 2항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22조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못박고 있다.

삼복더위, 이 염천에 거창하게 헌법을 꺼내든 이유는 지난 5년여 동안 지역정책의 실종으로 지역경제가 도탄에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의 ‘지역’과 ‘균형발전’에 대한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는 ‘민생과 통합의 함께 잘 사는 나라로’를 주제로 한 출마선언문에서 우리나라의 현실과 위기를 진단하고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완전고용과 진보적 성장, 경제 민주화와 사회정의, 보편적 복지, 창의교육, 한반도 평화 공동체, 그리고 생명과 평화가 존중되는 세상을 약속했다. 그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으로 민생과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언문에서 ‘지역’과 ‘균형발전’이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창의교육을 이야기 하며 서울대와 거점 지방 국립대의 네트워크와 지방대의 지역별 특성화를 언급했을 뿐이다. 경제 민주화, 사회정의, 평화 공동체 등 거대 담론에 지역과 지역민은 파묻혔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국민의 삶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출마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꿀 것이며,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경제 민주화 실현’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약속했다. 또 ‘오천만 국민행복 플랜’으로 함께하는 행복교육,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 새로운 신뢰사회 등을 공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을 무려 70여 차례 이상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과 ‘균형발전’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오천만 국민행복 플랜을 설명하며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연대해 실천해 가는 국민행복의 청사진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사회’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과의 무한 경쟁에서 저멀리 뒤처져 쓰러져 있는, 그래서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챙겨보고 돌봐야 할 ‘지역’은 아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여 앞둔 아직까지 출마여부조차 오리무중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역’과 ‘균형발전’에 대한 인식수준은 당연히 알 길조차 없다.

박 전 위원장과 손 전 대표가 수없이 언급한 ‘국민’과 ‘대한민국’에서 ‘지방사람’과 ‘강원도’를 분리할 수는 없다. 모두가 국민이고 전국토가 대한민국이다. 알면서도 ‘지역’과 ‘균형발전’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서울’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이 격차가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 때문이다. 내년 2월 제18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꿈꾸는 자, 늦었지만 헌법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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