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본부 출범을 보며

▲ 최동열

본사 영동본부 취재국장

‘하나의 강원도’가 있었다. 수도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사실 영·호남 등과 비교해 별로 먼 곳도 아닌데, 구성원들이 어쩌다 서울 등 수도권을 방문하게 되면 “먼데서 오셨네요”라는 말을 인사처럼 들어야 했다.

이촌향도(離村向都)의 거센 태풍 속에서 인구는 속절없이 줄었고, 경제 규모는 미약하기 짝이 없어 낙후·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이 구성원들의 예외없는 고민거리였다. 그것은 분명 ‘하나의 강원도’ 였으되 벗어던지고픈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그렇게 낙후됐던 ‘하나의 강원도’를 역사의 뒤안길로 돌려세우는 조짐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연결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기업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어 지역발전에 새 기대를 거는 곳이 강원도에도 생기고 있다.

강원도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렇게 발전의 기대가 움튼 적이 언제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여전히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처로 떠나고 고령 인구 비중이 해가 다르게 증가하는 곳이 이웃으로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백두대간 동편, ‘먼’ 동해안 지역의 현실이 주로 그렇다. 과거 ‘하나의 강원도’가 했던 고민을 여전히 떠 안고 있으니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낙후상은 예전에 비해 오히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정책적 투자와 배려가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더 힘을 얻게 된다.

그런 상황속에서 엊그제 ‘강원도 환동해출장소’가 ‘환동해본부’로 새롭게 출범했다. 환동해본부가 제한적이나마 영동권에서 강원도 행정을 다루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상 격상은 동해안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항만의 기능별 특성화와 국제선 항로 확충, ‘북극 항로’ 상용화에 대비한 전초기지로서 준비 체제 강화 등의 포석이 일단 눈길을 사로잡고, 어촌·어항의 재편과 수산업 특화 발전, 해양 및 연안 관광의 활성화 의지도 피력됐다. ‘환동해’라는 거대한 공간 개념에 ‘출장소’라는 왜소한 이미지가 겹쳐 ‘정장에 반바지 걸친 격’으로 부조화스러웠던 ‘환동해출장소’가 비로소 어감상 제대로 된 명칭을 가지게 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본부’ 체제 출범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개편된 조직과 인력이 담고 있는 역할 범위가 동해안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이름만 바꾸면서 역할은 과거를 답습하는 행정조직 개편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앞으로 예산과 권한, 인력을 확충해 명실상부한 ‘강원도 제2청사’로서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기를 다시 촉구해본다. 동해안이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 및 투자유치 등의 업무 기능이 부여되고, 동해안의 특수성을 살린 관광 시책을 펼칠 수 있도록 관광 분야 권한과 기능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해양레저 및 관광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동해안은 해안∼내륙 연계 관광이 이뤄져야 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지 관광조직 확대는 시대적 요청이다.

또 ‘항만·물류 활성화’를 제1과제로 내걸었다면, 고속도로와 철도 등 SOC 확충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여객과 물류 수송의 요체가 부실한 상태에서 어떻게 항만·항로 활성화를 바랄 수 있겠는가. 원주∼강릉 복선 전철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 건설에 거도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현재 경북 동해안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동해중부선 철도와 동해안 고속도로의 도내 연결 과제도 강원도의 주력 현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환동해본부가 닻을 올린 시점에 ‘하나의 강원도’를 새삼 화두로 꺼내든 것은 그만큼 동해안권의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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