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연

속초종합사회복지관장

불교에 귀의하여 출가한 지도 어느덧 35년.

부처님께 처음 귀의하던 시기 불교에 대하여 무지하였던 내가 처음 접한 사찰의 분위기가 마치 내 안방같이 편안했고, 전혀 이해 할 수 없고 알아듣기도 힘들었던 그 불경소리를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들인 것은 아마도 전생의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고 지혜와 자비를 설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뇌이어 본다. 우리 지역의 중생들을 위한 진정한 사회복지의 가치가 무엇인지, 부처님의 말씀과 함께 명상을 하며 하루를 열곤 한다.

내게 있어 부처님과 함께 아침을 여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3교구 본사 신흥사복지재단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의 장으로서, 기관을 이끌어나가고 있지만, 출가할 때의 나의 마음가짐과 사회복지에 입문하였을 때의 나의 초심을 떠올리며 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생의 기운으로 온누리의 중생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소통과 나눔의 사회복지를 펼치고 싶다.” 지역주민과 사회복지사간에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우리네 정이 넘치는 그러한 사회복지를.

하지만 요즈음 세상에는 겉모습만이 활개를 치고 있는 듯하다. 외양은 실한 듯해도 이것이 인간에 유독한 해가 된다면 어찌 진정한 인간중심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산적 복지”를 표방하여 복지정책이 실시되어가고 있는 요즘, 사회복지가 점차적으로 세분화되는 상황속에 기관들간의 경쟁화 경향이 나타나게 되면서 사람을 하나의 존귀한 인간이 아닌 이해득실의 기준으로만 따져보고 있지는 않은가 염려스러울 때가 많다.

시대와 정책이 변했다고 해서 사람을 향한 기본적인 마음까지 경쟁이 되어가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개탄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사람의 정겨운 향기가 절로 그리워진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지난세월 내가 걸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사회복지사의 정신과 방향성이 담긴 사회복지사 선서문을 다시한번 읊조려본다.

위의 선서문처럼 사회복지에 종사하는 이라면 남이 알아주든 않든, 세상의 버림을 받을 지라도 사회복지사로서의 본 마음을 어기지 않는 참 사람으로 거듭나 세상에 일익을 하는 조촐한 삶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렇다 저렇다 논할 것도 없이 묵묵히 참 다운 사회복지를 위해 정진한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이게 되고, 만사는 물 흘러가듯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과 귀를 열고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세상에 살 수 있으며, 세상의 아픔의 소리를 듣고 그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진정한 사회복지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지난날을 돌아보며 오늘의 나를 바라보게 된다. 한줌의 아쉬움과 한줌의 연민들이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수행정진하는 모든이들과 내가 하나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이마저도 부처님께 감사드린다. 이는 곧 무아의 체득이라 하면 잘못된 표현일까. 이제는 진실로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꽃내음처럼 지역사회에 뿌릴 수 있도록 수행의 깊이를 더해볼 것이다.

초발심을 가지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인간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불철주야 헌신하는 우리 현장의 모든 사회복지사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 자신뿐 아니라 모든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남의 이목과 평판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 숙이고 자숙하며, 겸허하게 앞으로 주어진 책무를 담당하면서 옥구슬처럼 영롱한 마음의 빛이 찬연하기를 발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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