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宋珖鎬특파원)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3시간전부터 토론토공항으로 나갔다.

일일이 X-레이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짐검색을 샅샅히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연된다는 여행사의 귀뜸 때문이다. 짐검사뿐이 아니다. 공항 美 출입국 관계자는 왜 미국에 가려고 하느냐는 등 이유를 꼬치꼬치 묻고 따졌다. 평소에 없던 일이다.

1시간거리의 뉴욕행 비행기에는 승객 120명중 총 인원 20명이 전부였다. 탑승전 항공기안내원이 빙긋이 "승객이 20명뿐입니다"해서 전부 "와" 웃었다. 느낌이 무슨 시험에 겨우 합격해 통과한 기분이었다.

뉴워크 공항에는 李泰鎔(59세) 道국제명예협력관 겸 뉴욕강원도민회장이 마중나와 있었다. 좀 미안한 것이 항공료를 싸게하기 위해 케네디나 라과디아 공항이 아닌 뉴저지 지역공항으로 온 탓에 李회장은 1시간 이상이나 뉴욕에서 달려온 것이었다. 평일에 갑자기 움직이자니 항공료 차이가 엄청나 내겐 할 수 없었지만 그에게 부담을 줘 미안했다.

뉴욕거리의 차량들은 전부 성조기를 부착해 운행중(사진참고)이었고 다리, 거리위에도 성조기가 선명하나 한적한 풍경이었다.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각종 비즈니스는 바닥에 곤두박질해 도시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신문에는 경기가 80%까지 떨어졌다고 영업을 걱정했고, 대 기업체에는 감원바람으로 이미 겨울의 싸늘한 기운이 시민들 가슴을 스며들게 했다. 맨하탄을 지나면서 거리거리에는 아직 경찰차가 삼엄한 모습으로 길을 막고 있었고 군데군데 소방서, 경찰서앞에는 시민들로부터 꽃을 쌓아놓고 조문(사진참고)을 받았다.

저녁 대동면옥 식당에서 뉴욕사회에서 춘천의 대부로 통하는 朴憲達사장(65)을 만났다. 골프용품을 취급하며 대형 골프백화점을 운영하는 朴사장은 "테러 참사로 주민들이 자제하고 골프대회 등 행사를 취소하는 통에 비즈니스가 형편없다"며 "일하는 종업원만 우글대는데 그렇다고 해고시킬 수는 없고 다시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뉴욕 야구경기장에는 반 弔旗가 걸려있고 만국기가 걸려있던 유엔본부에는 그 많던 국기들이 어디로 가고 달랑 유엔깃발만이 펄럭이고 있었다. 세계무역센터 붕괴후 날개돋힌 듯 팔린 것은 애국심을 앙양시키는 성조기와 쌍둥이 빌딩 그림의 우편사진엽서들. 그리고 빌딩이 새겨진 티샤츠 등이었다. 또 전쟁에 관련한 방위 사업체의 주가들이 폭등했을 뿐으로 자동차 등 대부분의 다른 업체들은 죽을 쑤고 있었다.

강원인이 회장으로 있는 金石柱 뉴욕 한인회장(52·강릉옥계)은 "이번 사건을 통해 한인동포들의 미국을 향한 애국심 발로에 정말 놀랐다"고 "美 한인 동포사상 이렇게까지 거액의 성금이 빨리 걷히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총영사관(총영사 김항경)이 金한인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 또 한인회와 신문사 등 언론계에서 펼치고 있는 희생자를 위로하는 성금이 하루새 60여만달러가 걷혔고, 동포사회에서 정규 방송금지, 각종 행사금지, 헌혈운동 참여로 적극 협력하고 있다.

金회장을 비롯한 많은 한인들은 이번 성금모으기 등 실적때문으로 美주류사회에서 한인동포에 대해 좋은 시각으로 볼 것으로 기대한다. 오래동안 뉴욕에 살고 있는 한 동포는 "모국 수해 등 그간 우리가 숱하게 모금운동을 펼쳐왔지만 기껏해야 10여만달러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 "하루동안에 60여만달러모금이 한국인으로부터 모금됐다는 사실은 정말 상당한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중심가 맨하탄거리는 예전같으면 어깨를 부딪치고 다닐 정도로 붐비던 거리가 한적해 시민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 그러나 엠파이너 고층빌딩이나 유엔본부로 가는 길목에는 경찰차로 막아놓아 한층 길이 복잡하고 언제나 통행이 다시 자유로워 질지 답답했다.

유엔 본부로 갔다. 이곳에서 본 韓昇洙 UN의장의 회의진행광경은 우리 한국인의 긍지와 지혜로움을 돋보이게 했다. 해박한 각종 지식과 경험을 지닌 韓장관이 의사봉으로 '쾅' 책상을 내리치며 능수능란하게 회의를 진행시키는 모습을 보고 한 동포는 "정말 감격했다"고 말했다. 그를 통해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여 주기에 충분했다.

한 한인회 간부는 "정치꾼들만 우글우글한 우리 한국 사회에서 내년엔 韓장관 같은 순수한 실력자가 꼭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本社 북미특파원 宋珖鎬 khs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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