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은하 신부

정선군 종합사회복지관장

연일 계속되는 폭염 때문에 힘겹습니다. 왜 이렇게 더운 것일까?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만큼이나 정치, 경제의 전망도 불투명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정경유착과 권력의 역기능으로 이어지는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고위층의 부정과 비리는 국민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남기고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는 성과와 자랑이 도리어 부끄럽게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만 계산하는 성장과 발전의 잣대는 참된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망각한 위험천만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자동차도 내비게이션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지만 배나 비행기도 악천후 속에서는 계기판에 의지합니다. 과거에는 길 떠난 사람이나 등반가들이 주로 나침반에 의지해서 목적지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렇다면 혼란스럽기만 한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인생의 나침반은 무엇일까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성경이나 불경을 잘 알고 있지만 잘 실천하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종교의 경전을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바보스럽게 살며 사랑을 실천하신 분들 덕분에 고전적인 진리는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도 변함없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성철스님, 법정스님, 이태석 신부님, 마더 데레사 수녀님 등 돌이켜보면 우리는 참으로 훌륭한 분들과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았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그리운 분들인데 어쩌면 그리도 쉽게 잊혀 버리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날마다 접해야 하는 현대인이 새 것에 중독되어 과거사를 쉽게 망각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간직해야 할 소중한 성인들을 잊어버린다면 과연 누구를 보고 따라가겠습니까? 우리가 방황할 때 그분들은 나침반 역할을 해줍니다. 그들은 진리를 따라 진실하게 살면서 참된 삶의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이 행한 비움과 나눔, 헌신적인 사랑의 실천은 사람다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우리가 나갈 길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저는 정선군의 사회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 시설, 노인요양원, 지역아동센터, 지역사회복지관, 다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매일 만나는 분들은 모두 하나같이 누군가의 지지와 도움,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쪽에는 자신이 가진 것을 값있게 써서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더욱 가치 있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연결시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비록 인구는 줄어들지만 그렇게 서로 돕고 나누면서 부끄러움 없이 사는 마을이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재물과 재능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그것을 잘 식별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사회 지도자들은 누군가의 모범을 통해 이러한 지혜를 깨닫고 배워야 합니다. 고인이 되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죽음 앞에서도 바꿀 수 없는 우선순위의 기준이 될 경구하나를 평생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고 합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또 근래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안 원장은 중요한 일의 선택 기준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자살률과 저출산율 세계 1위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현실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지혜는 과연 무엇이고 믿고 따라가야 할 인생의 나침반은 과연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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