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부국장

대통령의 자리는 외롭고, 서럽고, 무거운 자리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핵심 참모의 회고다. 2011년 10월 22일 경기 여주에서 한강 이포보 준공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일단락되는 자리인 만큼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를 비롯해 전·현직 장관과 청와대 수석 등 정권실세들이 총출동했다. 이 대통령 내외와 참석자들은 인근 막국수 집에서 조촐하게 리셉션을 갖고 자축했다. 행사는 금난새 지휘로 ‘하늘로 흐르는 강’을 합창하는 것으로 막이 내렸다. 이날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최고였다고 한다. 그러나 행사장을 뒤로하고 쓸쓸이 관저로 향하는 대통령을 지켜보던 그 참모는 잠깐이라도 더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는 외로운 대통령의 존재를 재확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의 자리는 때론 서럽다.

2007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크게 압도하며 대권을 잡은 이 대통령은 정권초 복병을 만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계기로 터진 국민적 저항은 전국을 휩쓸었다. 연일 광화문 일원은 시위대가 점령했고, 컨테이너로 쌓은 ‘명박산성’이 등장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부시 미국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해결을 약속했던 사안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4월 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로, 한국은 성실히(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점, 협상에 있어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를 존중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약속으로 확인해 주었다”고 밝혔다. 양국 대통령이 협의하고, 정부에서 시한을 정한 쇠고기 협상은 아쉽게도 참여정부에서 미완의 상태로 차기 정권에 넘겨졌다. 전후사정이 생략된 채 터진 촛불시위는 갓 태어난 집권자에게는 서러운 것이었다.

외롭고, 서러운 대통령직(Presidency)은 대통령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무거운 대통령의 자리는 대통령의 가벼움으로 논란과 적지않은 후유증을 불러온다.

지난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점을 천명하는 동시에 정부의 강한 영토수호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후 정제되지 못한 대통령의 발언이 한·일 양국에 논란을 불러오며 일파만파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회의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독도방문을 화제로 환담중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 현장에서 우방이나 인접국의 위상과 관련한 발언은 삼가는 것이 예의다. 하물며 국가 최고 지도자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14일 학교폭력 담당 교사 워크숍에서 다시 오버 발언을 쏟아냈다. “(일왕도) 한국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분들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 몇 달 고민하다 ‘통석의 념’ 뭐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거면 올 필요없다”고 타박했다. 외교는 우리 입장에서 현안을 바라보는 동시에 상대국 입장에서 그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균형잡인 시각이 있어야 진전이 있다. 일본 국민이 일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일본에서 일왕이 갖는 상징성을 잠깐이라도 생각했다면 어휘 선택에 신중해야 했다. 그 후 파생되고 있는 외교적 논란은 소모적이다. 후유증은 6개월 남은 정권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이 아니다. 외롭고 때론 서럽지만 항상 진중해야 할 대통령의 발언은 지나치는 것보다 모자람이 제격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장삼이사는 물론 왕후장상에게도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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